“왜 없었겠어요?” 회사를 옮기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양 소장의 답변이다. 그는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해보려는 모습을 보니 책임자로서 이직 고민을 했던 제가 부끄러워졌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전 3사라는 자존심과 연구원들의 열정은 그를 더욱 채찍질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열중할 수 있도록 힘을 줬다.
동부대우전자는 1999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그 뒤 14년, 대우전자 사람들은 세 차례의 구조조정과 매각 실패를 겪었다. 사업부는 세탁기, 냉장고, 주방기기만 남았다. 그 사이 1만2000명이던 국내 직원은 1450명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많았다. 양 소장은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회사 사정상 모두 제품화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좋은 아이디어들이 묻히는 건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초 동부그룹에 인수되며 연구소 분위기는 밝아졌다. 연구원들은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사기가 올라갔고, 5년 만에 인력 충원도 있었다.
양 소장은 주방기기를 30년간 개발해 온 노하우도 털어놨다. “무엇보다 주부의 마음을 잘 읽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부를 조금 더 쉬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죠.”
이를 통해 나온 제품이 대기전력을 알아서 차단해 주부들이 전원 플러그를 뽑는 불편함을 없앤 ‘제로원 전자레인지’, 튀김 요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복합프라이오븐’ 등이다. 특히 복잡한 설명서 대신 전자레인지가 직접 말을 하는 ‘클라쎄 말하는 오븐’은 전 세계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 출시 이후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페르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추가로 적용해 20여 개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주방가전은 소비자 맞춤형이 될 겁니다. 주부들의 손발을 쉬게 해주는 혁신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