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보라아무도 오지 않을 쓸쓸한 곳밤마다 찬 몸을 밀물로 이불 덮는외로운 남자 같은 곳달이 찬 날엔구름도 보고 달도 보고 새도 보고 섬도 보는데갈라지도록 목마른 채 다 벗어버린 몸으로끝이 없을 길을 만들기도 하지갯벌 보라 저 안에 칼을 던져도 상처 없이 아물고 저 안에 무거운 돌을 던져도 소리내지 않으며 저 안에 네 가진 상처와 두려움을 던져도 괜찮으리아파하지도 않고 신음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곳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 조용히 갔다가 사랑에 빠져버린 블랙홀 같은 그곳은 갯벌이지갯벌 보라아침이면 모두 잠든 사이그대가 던졌던, 잊고 싶었던 그것들따뜻한 밀물에게 부탁해멀리 깊은 바다로 보내고 해 닳고 달 찰 때 갯고랑 사이로그림자처럼 갯벌로 돌아오더라갯벌 보라어제 그대의 눈물들은 사라지고 비어 있던 그 곳은 흰 물떼새 여러 마리 갯벌에게 하얀 물음표처럼 서 있어그 곳이 갯벌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