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료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연료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이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보조금을 감축하는 대신 빈곤층 지원을 늘리는 재정개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나집 라작 총리는 이날 에너지 보조금 축소는 예산적자를 줄이고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작 총리는 “보조금 축소는 재정 건전화의 일환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면 시장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절감된 예산은 오는 10월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 지원 예산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휘발유 보조금을 리터당 0.83링깃에서 0.63링깃으로, 디젤은 1.0링깃에서 0.8링깃으로 각각 줄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33억 링깃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 에너지 보조금은 248억 링깃에 달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자본유출로 인한 신흥국 위기의 타격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감소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6.0%에서 4.5∼5.0%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7월 말 말레이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피치는 말레이시아의 세수가 낮고 정부 보조금 등의 지급으로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재정적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수준이다. 이는 신흥국 가운데 인도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비중을 GDP의 4.0%로 낮추고 2014년에는 3.5%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2020년에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