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산교타임즈 특약] 36-② 한 숨 돌린 日 전자업계…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3-09-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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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실적 지난해보다 양호…가전은 악화 근본적 문제 남아

일본 전자업계의 2013년 회계 상반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왔지만 본격적인 회복 기조에 오르기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IHS에 따르면 일본 8대 전자업체의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단순 비교 했을 때 전년 동기보다 양호하게 나왔다. 8개 기업 중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돈 기업은 히타치제작소가 유일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샤프조차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93억엔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세계 경기가 완전히 회복 기조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일본 경기는 그나마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1년 전에 비하면 환율도 낮아지는 등 전자업계의 사업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이 호실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역풍이 약간 수그러든 영향일 뿐 각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과제는 여전하다. 예를 들어 도시바는 디지털 프로덕트와 가전 부문의 영업손익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악화했다. 후지쓰의 유비쿼터스 솔루션 부문도 적자가 확대했다. 파나소닉의 AVC네트워크 부문은 전년 동기와 마찬가지로 160억엔 이상의 적자를 냈다. 소니는 모바일 프로덕트 부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지만 게임 부문의 영억적자가 100억엔 이상 늘었다. 샤프의 디지털 가전 부문은 영업적자를 200억엔 가까이 축소시켰으나 흑자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히타치제작소의 디지털미디어 가전 부문과 미쓰비시전기의 가전 부문은 전년 동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분기에도 흑자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5%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가전 부문이다. 가전은 하드웨어의 양산 판매가 기본. 부가가치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대형 전자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8년 9월 본격화한 이른바 ‘리먼 사태’는 전자 업계를 불황에 빠뜨렸다. 1년 후인 2009년 4분기에 반도체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하고 2010년에는 사상 최고의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일본 8대 전자업체의 매출은 여전히 2008년도 실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리먼 사태 이후 기록적인 엔고와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잇따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각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특히 8대 전자업체 중 종합전기 5사는 2008년도부터 자기자본비율이 올랐지만 가전 3사는 계속 낮아졌다. 종합전기 5사는 2001년 IT 버블 붕괴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꾸준히 하면서 체질을 개선했지만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3사는 수익의 핵심인 AV 기기 관련 사업 실적이 급격히 침체되도록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2008년부터 5년간 누적 적자액은 파나소닉이 1조9000억엔, 샤프가 1조엔, 소니가 8000억엔에 이른다.

일본 8대 전자업계의 가전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시스템 노하우를 구사한 서비스 사업, 즉 스톡형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자산에 대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폭발적인 수익 증대는 기대할 수 없지만 부가가치를 추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거액의 적자를 내고 근본적인 경영 개혁이 급선무라고 하면서도 눈앞의 실적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면 고통이 따르는 경영개혁은 소홀해진다. 하지만 소니, 샤프, 파나소닉 같은 대형 전자업체는 현실에 안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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