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은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시기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경기 침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분양 ‘대목’을 맞아 저마다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기업들의 공통된 무기가 있다. 거품을 뺀 ‘착한 분양가’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분양 대전에서 건설사들이 전면에 내세운 무기는 낮은 가격이다.
8·28 전월세 대책으로 약간 살아날 기미가 감지되긴 하나 아직 차가운 매수 심리를 녹이려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 필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반도건설, 울트라건설 등이 이른바 ‘착한가격’을 내걸고 이번 분양대전을 치른다.
삼성물산이 이달 분양하는 ‘래미안 서초 잠원’은 ‘강남 한복판에 전세보다 싼 아파트 등장’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잠원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 단지는 84㎡ 일부 물량을 8억8000만원대에 분양한다.
이는 인근에 위치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셋값보다 최고 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9억2000만∼9억5000만원 수준이다.
‘래미안 서초 잠원’은 3.3㎡당 평균 분양가도 2987만원으로 책정됐다. 3.3㎡당 3000만원이 넘는 강남에서는 보기 드문 가격이라고 삼성물산은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을 덜기 위해 계약금 10%를 5%씩 2차례에 나눠 낼 수 있도록 하고 중도금 60% 전액에 대해 대출을 연계한다. 또한 대출이자에 대해서는 후불제를 적용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초 분양하는 서울시 송파구 위례지구 택지개발사업 내 ‘위례 아이파크’를 3.3㎡당 1700만원 중반대 분양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송파구의 대표적 주거지인 잠실의 아파트가 3.3㎡당 270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이 기업은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전세금 수준으로 새집을 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에 분양하는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도 낮은 분양가를 제시했다.
반도건설은 분양물량인 전용면적 74∼84㎡ 999가구 전체를 동탄의 전셋값 수준인 2억원대로 책정했다. 3.3㎡당 분양가는 평균 890만원대로 동탄2신도시 분양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현재 동탄1신도시의 전용 109㎡(옛 33평)의 경우 매매가격은 3억5000만∼3억7000만원, 전셋값은 3억원에 임박했다.
울트라건설도 ‘광교 경기대역 울트라 참누리’의 분양 성공을 위해 모든 가구의 분양가를 3억원 이하로 맞춘 실속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9㎡의 소형아파트로 3.3㎡당 평균 분양가는 1200만원대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