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군이 대학살을 저지른 프랑스 중서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을 찾아 과거 독일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고 주요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독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나치군은 1944년 6월10일 이 마을 교회에 여성과 아동을 가둔 채 독가스를 살포하고 불을 지르는 등 주민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이 사건으로 하루 사이에 주민 642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205명의 15세 미만 아동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우크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이곳을 찾아 학살 현장인 교회를 방문해 생존자로부터 당시 참상을 들었다.
가우크 대통령은 살해된 주민들을 기리는 기념비에 화환을 바치고 묵념했다.
그는 “독일이 여기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독일인들이 이곳에 오기가 어렵다”면서 “독일 대통령의 방문이 프랑스인들과 생존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범죄로 살인자들이 심판받지 않은 데 대한 비통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양국 대통령이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양국 화해의 상징이다”라고 평가했다.
가우크 대통령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독일·프랑스 우호조약(엘리제 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간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됐다.
이 마을 방문은 가우크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합의해 성사됐다.
이 마을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치의 만행을 알리고자 지금도 학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가우크 대통령은 과거 동독의 인권운동가로 앞서 체코와 이탈리아의 나치 학살 현장을 방문하는 등 나치 과거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월20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독일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추모관을 공식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