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해요?”
“회사에 문제 있나요?”
“주가 관리 안 하나요?”
몇 년간 미국 부동산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와 유럽발 금융위기가 세계 증시를 강타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까지 겹치며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우리나라 증시에도 주식시장의 변동폭을 키우면서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회사 내부적인 이슈(issue)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혹은 전혀 상관없는 사건에 의해 주가가 내릴 때는 주주 및 투자자들의 문의나 항의에 속시원하게 답할 내용이 없어 더욱 답답하다. 다짜고짜 시작되는 욕은 예삿일이고 “남편에게 이혼당하게 생겼다 책임져라”, “당장 한강에 투신하겠다”는 협박도 종종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에서 좋다는 소문만 듣고 일명 몰빵투자를 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그제야 회사에 전화해서 “거기는 뭐 하는 회사냐? 왜 주가가 떨어지냐?”라고 묻는 주주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이다. 최소한 자신의 돈을 투자할 때는 회사의 재무제표와 최근 공시사항 정도는 확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래에 최소 주 1회 이상 전화를 하는 주주가 있다.
워낙 자주 통화를 하다 보니 개인적인 사항까지 다 알게 되어버린 사이인데, 그분은 아는 분이 좋다 하여 회사 주식을 사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처음에 적은 돈으로 약간 이익을 보고 나서는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매입했고 이후 계속되는 하락하는 주가에 가지고 있는 돈과 대출 등을 받으며 계속 추가 매입하며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한다.
항상 전화의 시작은 “아 미치겠어요. 주식을 산 돈 때문에 이달에도 대출금 이자를 얼마를 냈다”는 말로 시작이 된다. 사실 다혈질의 주주이다 보니 가끔 회사에 찾아와 테러를 할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최대한 사실에 근거한 내용대로 정확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 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약 6개월 이상 시달리며 회사에 찾아오겠다는 협박 또한 수 차례 당했으나, 실제 그렇게 말하고 오시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또한 찾아오신들 전화와 다른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러다 정말 이 다혈질의 주주가 찾아온 것이다. 갑자기 음료수 1박스를 들고......
사무실 앞이라는 내선전화에 당황하고 진땀이 났다. 문을 열어주고 회의실로 향하며 긴장이 되었으나 예상과 달리 그분은 매우 선량한 인상의 보통 아저씨였다. 음료수를 전해주며 연신 인사를 하며 “너무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 회사에 문제는 없느냐?” 라고 묻는 그분의 눈빛에서 전화로는 전해지지 않았던 진심이 느껴졌다.
짧은 미팅 동안에도 전화통화와는 다르게 공손한 모습이었고, 나의 설명에도 순응하는 모습에 내심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주 다혈질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인사한 사이지만, 그래도 실제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라서 전화통화와 달리 보통의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했다.
그렇게 전화통화 시 했던 설명들을 한번 더 되풀이하였고, 주주는 “잘 부탁한다. 수고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주주와의 미팅을 통해 사람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지 말아야겠다고 느꼈고, 또한 어떤 상황이라도 정직하고 차분하게 진심으로 설명한다면 그것이 상대방에게 전해진다라는 걸 느꼈다.
이처럼 막무가내식 주식투자를 해 놓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신중한 투자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고 대화의 예의가 지켜질 때 주주나 회사 그리고 주식담당자들이 맘 편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으로 실명을 밝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