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포맷 전쟁’]나는 포맷이다

입력 2013-09-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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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1박2일’ 등 독창적 아이디어로 급성장… 당당한 수출국 변신

“프로그램 개편 한달 전에 일본과 미국으로 PD들이 출장을 갔지. 그리고 외국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벤치마킹도 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어.”한 원로 예능프로그램 PD는 1970~1980년대 프로그램 개편 즈음의 국내 방송사 풍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TV 들치기(베끼기) 유행’ 제목의 일본 기사가 보도됐다. 주요 내용은 한국 KBS, MBC, SBS 등 30여개가 넘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이 일본 프로그램을 표절 내지는 모방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AERA의 1999년 12월 8일자 기사다.

그리고 2013년 8월 MBC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PD와 ‘1박2일’ 시즌2의 최재형PD가 중국을 방문했다. 바로 중국 방송사에서 제작, 방송하고 있는 ‘나가수’와 ‘1박2일’중국판 제작진에게 제작노하우를 전달하기위해서다. 두 개의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 방송에 적지 않은 금액에 수출된 것에 따른 것이다.

이제 한국은 프로그램 포맷 표절 혹은 모방국에서 당당히 포맷을 수출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우리 방송사를 포함한 세계 방송사가 프로그램 포맷 시장에서 대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포맷 시장의 규모와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 포맷은 한번 성공하면 막대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부감 없이 외국 시청자들이 수용할 수 있게 하는 큰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배진아 공주대 영상학과 교수는 “방송 포맷은 문화적‧ 산업적 가치의 지구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문화상품에 특정지역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화를 초래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은 제작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프로그램 유형, 제작노하우(바이블), 무대세트, 도면, 카메라 위치 등을 망라한 개념이다. 포맷 상품이 거래되는 방식은 세 가지로, 첫 번째 아이디어로서 포맷, 두 번째 아이디어와 장르, 표현방식, 대상수용자 특성 등이 서술된 문서포맷, 세 번째 컨셉과 제작규칙, 컨설팅, 제작 바이블, 그래픽디자인, 음악 무대장치 등이 포함된 포맷 패키지다.

포맷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로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 프로그램 포맷을 개발, 전세계 방송사에 판매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중소제작사인 칼레도르(Caledor)사는 1998년‘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를 만들어 2010년까지 미국 호주 인도등 95개국에 수출해 2억달러 넘는 수입을 올렸다. 네덜란드의 엔데몰사의 경우‘Big Brother’등 인기 포맷을 연속적으로 제작해 전체 포맷시장의 21%를 차지하는 절대강자로 올라섰고 그 뒤를 영국의 프리멘델 미디어, BBC 월드와이드, 그라나다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방송 포맷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2005년 495개 포맷에 25억 유로(3조6300억원) 2010년 445개 포맷 90억 유로(13조640억원)로 커졌다. 5년 사이 시장규모가 4배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포맷시장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으로 인해 네덜란드 영국 등 포맷시장 강자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방송사와 제작사들도 앞 다퉈 포맷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후지TV와 TBC는 연간 50여개 포맷을 각국 방송사에 판매해 전체 수출액의 30%선을 포맷 수출로 채우고 있을 정도다.

‘댄싱 위드 더 스타’‘1:100’‘코리아 갓 탤런트’‘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SNL코리아’‘도전 슈퍼모델’등 KBS, MBC 등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이 외국 포맷을 들여와 방송하고 있지만 우리 방송사와 제작사 역시 최근 포맷 수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도전 골든벨’이 중국과 베트남 방송사에 수출된 것을 시작으로 한국 프로그램 포맷의 해외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MBC‘우리 결혼했어요’가 터키와 미국에 SBS‘진실게임’이 인도네시아에, 그리고 MBC ‘무한도전’이 스웨덴에, KBS‘1박2일’은 중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런닝맨’‘아빠 어디가’‘인기가요’‘뮤직뱅크’ ‘K-POP스타’등도 포맷이 해외에 수출됐다. MBC‘나는 가수다’가 중국에서 제작 방송돼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 판매된 한국 프로그램 포맷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PD는 “‘나는 가수다’중국판의 반응이 매우 좋다. 이 때문에 여러 방송사에서 ‘나가수’포맷 구매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해외수출은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잠재력과 시장성이 높아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체계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한다면 프로그램 포맷 한류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방송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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