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부분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중순.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사옥의 고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창 밖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집무실은 21층. 양재동 사옥의 현대차 임원 엘리베이터는 건물 외벽에 설치돼 있어 창 밖 전경을 볼 수 있다.
사옥 앞에는 ‘현대자동차의 끝없는 탐욕’, ‘대법원 판결보다 정몽구의 재산이 우선인 세상’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제작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를 보고 윤 부회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올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에서 “원칙을 지키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가 5일 2013년 임단협에 잠정 합의한 것은 윤 부회장의 원칙 중시란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임단협에서 논란이 됐던 노조의 요구 사항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5월 28일 상견례 이후 정년 61세 연장(현 60세),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원, 조합활동 면책특권 등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정년은 정부의 연장안인 60세보다 한 살 더 많았다. 미진학 자녀 1000만원 지원은 평균 연봉 1억원인 현대차 노조원의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외에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연월차 사용분에 대한 추가 금전보상 등의 요구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들 요구 사항은 이번 임단협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는 사회 통념상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해 이를 관철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노사는 기본급 9만7000원(기본급 대비 5.14%,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350%+500만원 지급,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주간 2교대제 정착 특별합의 명목 통상급의 100%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수당 1인당 1만원 지원, 품질향상 성과 장려금 통상급의 50%+5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100억원 상당 구입(1인당 20만원 지급), 사회공헌기금 50억원 출연 등에서 접점을 찾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노조원 1명이 2000여만원을 추가적으로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단협 막판 쟁점이던 노조간부 고소고발·손배소 철회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외에 현대차 노사는 국내공장 생산물량 증대, 주기적인 신차종 투입, 친환경차 연구개발, 종업원 고용안정 등 상생안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노조원의 분신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났다. 현대차의 노무총괄을 맡은 지 3년2개월여 만이었다. 그로부터 1년4개월 흐른 지난 5월.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름을 받고 노사 문제 해결사로 재등장했다. 한번 쓴 인사를 다시 부르는 정 회장 특유의 ‘컴백인사’가 이번에도 효과를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