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이정희 대표의 '농도짙은 농담'

입력 2013-09-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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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해도 되는 농담이 있고, 해서는 결코, 안되는 농담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인격을 해하는 농담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급급한 변명 또는 농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농담이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도 있지만, 더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같은 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증거로 지목된 5월12일 모임에서의 '총기탈취·시설파괴' 발언을 농담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오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해서는 결코, 안되는 말이자, 농담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국정원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한다"며 "한두 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 모의니 내란 선동이니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일까. 이 대표 발언 이후 국회 기자회견장은 ‘어이없다’‘황당하다’, ‘변호사 출신 맞아?’라는 등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곳곳에서 실소(失笑)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농담 이면에는 또 다른 역설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녹취록 폭로 직후 전면적으로 사실관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다. 이 대표는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을 가리켜 ‘용공조작극’, ‘공안탄압’, ‘진보세력 말살전략’ 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갑자기 국회 기자회견에서는 녹취록 내용을 인정하면서 "사실은 농담이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석기 녹취록 사태’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음은 명백한데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기름(?)을 부은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각종 온라인 포털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말한 적 없다더니 이제와서 농담이라고?’,‘살인모의도 농담이고 내란모의도 농담이고 그런데 왜 니들 그런 대화했니?’,‘은행을 털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포됐을 때 농담으로 했다고 하면 면죄가 될까?’라는 등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 번 내뱉은 말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것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행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대표의 '총기탈취·시설파괴' 발언은 분명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이석기 의원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해도 되는 농담과 해서는 결코 안되는 농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5월 12일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총과 폭탄을 준비하자', '기간시설을 장악하자'는 취지의 발언들이 자신들 사이에서는 농담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농담도 농담 같아야 동조를 하는 법인데 어째 이 대표의 발언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을 더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비단,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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