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 진실 혹은 거짓, 그리고 처신

입력 2013-09-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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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놀라운 TV 서프라이즈’는 우리의 일상의 사건은 물론, 미스터리한 역사적 사건을 재연 형식으로 구성한 재연프로그램이다.

특히‘진실 혹은 거짓’ 코너가 인기였는데, 시청자들은 세 가지 일화 가운데서 ‘진실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진실’에 놀라게 된다. 때론 황당하지만 놀랄 만한 반전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 십 수년간 방송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미스터리보다 눈앞에 펼쳐진 일상의 ‘진실 혹은 거짓’에 더 큰 관심 두는 대중심리에 편승했던 것이 인기몰이에 주효했던 것 같다. 최근 일련의 사건도 이런 대중의 입맛에 맞는다. 국가정보원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대선개입’으로 망조가 났던 국정원이 꺼내 든 ‘내란음모’ 카드는 상상 초월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충격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각각 공안과 종북을 상징하는 국정원 대 이석기 의원이라는 대결구도도 그렇지만, ‘대선개입 의혹’에 필적할 만한 ‘내란음모 혐의’는 센 것을 좇는 대중기호에 더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이 장장 3년간의 작품기획단계(내사) 끝에 내놓았다고 하니 시나리오도 탄탄할 듯하고, 엄청난 물량공세를 폈음을 짐작게 한다. 초 스펙터클 대작인 셈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작가는 여전히 쪽대본을 집필 중이다.

스케일은 작지만, 용역 입찰 문제로 시끄러운 캠코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부처 고위직 출신인 캠코 사장과 감사원 고위직 출신의 감사가 갈등의 두 축이다. 여기에 공정성 시비로 얼룩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와 감사원 사무총장의 개입 의혹 폭로가 가미되면서 극적 요소가 한층 배가 됐다. 출연진의 면면이나 등장인물 간 갈등구도로 보면 흥행요소를 나름 갖췄다.

이들이 오늘 명예롭지 못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명운을 건 벼랑 끝 대결까지 온 것은 모두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됐음이다. 본분을 망각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국회의원의 종북 논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해 살 행동을 한 캠코 사장과 감사, 무기명 투서에 몸소 움직인 감사원 사무총장과 공정성에 흠집 난 권익위도 처신이 신중치 않았다.

공직자나 이에 준하는 이에게 ‘처신’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괜한 오해 살까 두려워 복지부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오해 살 짓도 말아야 한다.

공복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잣대를 대는 것이 뭇 대중들의 심리. 이에 벗어나면 뭇매 맞기 십상이고, 그 길로 바로 황천 나락에 떨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하루하루가 외줄 타기 하는 듯하니 중심 잡기 쉽지 않다. 그래서 무사 퇴직한 공직자들의 소회가 한결같이 “시원섭섭하다”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실체적 진실 혹은 거짓은 규명되기 마련이다. 작금 살벌한 풍경 이면에는 어떤 반전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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