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기조 변화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열린 ‘포럼오래’ 창립 5주년 포럼 축사에서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치 지도자가 각성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각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때는 금방 정신 차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정한 상황이 되니 원점으로 돌아가 세상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들과 만나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과연 이 사람들이 새롭게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자꾸 든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 입안자로 통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했다. 이날 발언은 박 대통령이 지난 7월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돼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후 정부가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을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옮긴 데 대한 비판이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마무리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자꾸 진화해서 변화하는 시장경제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마무리된 게 무엇이 있나”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지, ‘경제활성화’라는 말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업은 규제가 심할 때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회적으로 별의별 투자를 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총선 승리 후 다시 또 옛날로 갔다”며 “헌법에 있는 경제민주화를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때 ‘멘토’ 역할을 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안철수라는 사람이 뭘 지향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중 하나가 ‘안철수 새 정치’라고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