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요? 샤프트 하나로 극복했죠.”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하늘(25ㆍKTㆍ사진)의 말이다. 김하늘은 올해 1월 일본 야마가타현의 혼마골프 사가타공장에서 드라이버 샤프트를 교체했다. 그러나 한겨울에 피팅한 샤프트는 평상시 사양보다 부드러운 것이었다. 한겨울 추위로 인해 부드러운 샤프트가 딱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몸에 맞지 않는 샤프트는 슬럼프로 이어졌지만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옛 스승이던 김영수 프로의 권유로 좀더 강한 사양으로 교체 후 드라이버샷 난조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김하늘은 샤프트 교체 후 출전한 첫 대회에서 11위,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긋지긋했던 슬럼프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는 퍼터 교체가 슬럼프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10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대회장에서 만난 캘러웨이골프 관계자의 권유로 오디세이 세이버투스로 교체 사용하게 됐다. 이미 단종된 모델이었지만 박인비에게는 잘 맞았다. 평소 클럽 피팅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그는 특별 제작된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한 후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러나 모든 프로골퍼가 박인비 같지는 않다. 최나연(26ㆍSK텔레콤)은 클럽 피팅에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그가 사용하는 클럽은 드라이버부터 웨지퍼터까지 전부 맞춤이다. 무게, 페이스 각도, 스윙스피드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피팅을 요구한다. 그는 지난해 4월 시즌 중 클럽을 교체하는 모험을 했다. 결과는 좋았다. 지난해 하반기 매 대회마다 상위권을 유지했고,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는 교체 클럽으로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36ㆍKDB금융그룹)는 클럽 피팅에 예민할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그가 사용하는 클럽은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성품이다. 박세리는 사양보다 얼마나 손에 익었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손에 익으면 좀처럼 교체하는 일이 없어 단종된 제품이라도 반드시 그 제품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최경주(43ㆍSK텔레콤)의 집에는 장비실이 따로 있다. 그의 골프 인생을 함께한 클럽들을 모아두거나 직접 피팅을 하는 공간이다. 그는 그곳에서 직접 아이언 로프트와 라이 각을 피팅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아이언을 사용해 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때로는 기성품이 효자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강지만(37)은 당시 대회 출전을 앞두고 맞춤클럽을 수차례 제작했지만 맞지 않았다. 결국 대회를 2주 앞두고 미즈노 아이언을 자비로 구입, 최경주와 마이클 캠벨(44ㆍ뉴질랜드)을 꺾고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