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회장 퇴진론에 담긴 진실 [김광일의 후폭풍]

입력 2013-09-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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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오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청와대가 이석채 KT 회장에게 조기 사퇴의사를 타진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보도된 지난달말, KT 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CEO 교체설에 "역대 어느 정권 할 것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리바이벌 흔들기"라며 고개를 젓는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정권초기 챙겨야할 공신은 많고, 공공기관 단체장 등 나가줬으면 하는 사람은 버티고 있고….결국 정보 흘려 흔드는 거죠. 눈에 보이는 시나리오, 지금이 8, 90년대도 아니고…. (웃음)"

요즘 이석채 KT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ICT산업계는 물론, 재계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석채 회장 퇴진설이 주목받는 것은 KT가 정보통신산업에서 갖는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연 구매물량이 수천억 원, 조 단위 가까운 규모인 ICT산업계 빅3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석채 회장 퇴진설이 왜 나왔고, 이를 둘러싼 진실과 어떤 힘의 역학 관계가 작동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석채 회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나온 사안입니다. 왜냐하면, 이 회장이 이명박 맨이고, MB 정권 때 KT 사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공기관 수장이나 산하기관 단체장들은 대거 물갈이 되는 게 관례입니다. 왜냐하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수많은 공신을 챙겨야 할 많은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비서관과 각료 자리는 한정돼 있고, 결국 공기관과 산하기관 단체장 자리를 통해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해온 관례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는 노릇입니다. 회사 규모가 큰 KT의 경우는 논공행상 1순위 공신들이 군침을 삼키는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이죠.

당연히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KT 사장 자리를 노리는 공신들 중에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우며 퇴진설을 흘리거나 교체시기를 여론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의 발언 진위를 떠나 일단 KT 자리를 노린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가장 먼저 최근 청와대로 입성한 윤창번 미래수석이 대표적 케이스였습니다. 인수위 때부터 활동해온 탓에 일찍부터 KT 사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입니다.

KT는 재계 순위 11위, 55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입니다. 이석채 KT회장이 정말 퇴진할 것인 지, 후임은 누가될 것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논란은 조선일보가 8월 29일자 1면 보도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 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퇴임을 종용했고, 이석채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고, KT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겨레가 7일 토요일자 1면에 '이석채 리스크,흔들리는 KT, 5년의 잔혹사'란 거친 제목과 큼직한 사진톱 기사와 함께 이례적으로 3,4면 2개면을 털어 '이석채 독선경영으로 KT가 망가졌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석채 퇴진론의 진원지는 대략 2군데로 압축됩니다.

첫번째 아궁이는 청와대 중심의 정권 실세들입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반복되는 단체장 교체 움직임이 그 실체입니다. 현 정권 실세 역시 MB정부때 인물들이 자발적으로 사퇴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박근혜 캠프멤버중 미래부장관과 KT회장 자리를 노린 캠프인사는 한둘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유일하게 이석채 회장이 빠졌다는 보도 역시 이런 매커니즘속에서 나온 불쏘시개로 봐야 합니다.

정권은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지 못하는 인물이 버티고 있을 때 가장 곤욕스러워합니다. 최근 보도된 검찰총장 혼외자식 보도 역시 이런 유의 패턴에서 불거진 곁가지라는 게 중론입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 연기를 피우는 두번째 진원지는 한겨레 등 진보매체의 파격적인 이석채 회장 흔들기 보도입니다. 이는 KT노동조합 및 진보세력 중심으로 제기되는 각종 비리취합 보고서들이 실체입니다.

한겨레가 7일자에 보도한 1면과 종합면 등 3개면에 걸쳐 이석채 리스크 커버스토리 기사를 다룬 것은 사실 종합일간지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수 있습니다.

딱 떨어지는 팩트는 없지만, 제목은 매우 격한 월간지 스타일의 기사라는 사실때문입니다.

'이석채의 독선경영, 흔들리는 KT, 5년간의 잔혹사' 라는 매우 강경한 한겨레 1면톱 제목에서 보듯 이석채 회장 흔들기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듯합니다.

문제는 이래저래 관련 산업계는 물론 독자들만 헷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석채 KT회장 흔들기는 몇가지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KT의 경우 민간기업이라는 점입니다. 낙하산 인사를 할수 있는 공공기관이 아닌 거죠. KT는 정부가 단 한 주도 갖고있지 않은 100% 민간기업이고, 외국인 지분이 무려 44%에 육박합니다.

공공기관 낙하산인사도 문제되는 판에, 100% 민간기업인 KT에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청와대의 움직임은 여전히 KT는 정부 산하기관이라 생각하는 정권의 관성 때문입니다.

이석채 회장 역시 2009년 MB정부때 KT 대표이사 후보자격이 안되자, KT 정관을 바꿔가면서 까지 밀어부친 청와대 낙하산 인사덕에 KT에 입성한 케이스입니다.

민간기업 경영진 교체는 결국 주주와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고, 시장의 몫입니다.

두번째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비리가 있다, 치명적 경영실패 요인이 있다는 보도와 루머에 대한 처리방식입니다. 개인비리나,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영실패로 인해 KT가 국가 기간통신인프라로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공개적으로, 법적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몇몇 자리를 노리는 정권실세들의 우회적인 약점 흘리기와 마치 청와대의 뜻인양,퇴진시키고 곧 교체할 것이라는 미확인 정보를 흘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습니다.

굳이 비겁하게 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비리가 있다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겨 수사해야 합니다.

친인척 특혜비리,부동산 헐값매각 논란,종편 출자참여, 정치권인사 영입, 친인척 특혜의혹 등등도 제기된 의혹 역시 사실이라면 수사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비리가 드러나면 당연히 퇴임은 불가피한 거죠.

황금주파수를 거머쥐었지만, KT는 지금 또한번 최고의 위기를 맞고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산규모 35조원,재계순위 11위인 KT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임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직원들이 본격적인 정권 줄서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광대역 LTE라는 전대미문의 무선데이터 속도전이 불을 뿜는 현 시점은 이통시장 판도자체가 변할만큼 격동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석채 회장 역시 최근 잇따라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고, 서초동 검찰출신을 스카우트하는 등 '자리지키기' 차원의 인사를 잇따라 단행,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자리 보전을 위해 회사경영에 도움이 안되는 방패막이 거물을 너무 많이 영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거죠.

사실 이석채 KT회장은 수많은 비판과 개인적 비리 루머, 독선적인 경영스타일이라는 비난성 루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싸워 아이폰을 국내 최초로 도입, 개통시킨 공로만으로도 ICT산업에 남을만한 의미있는 일을 해낸 인물입니다.

만약 아이폰이 출시된지 2년이 넘도록 국내에는 아이폰을 개통할수 없었던 당시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지체됐더라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애플을 이렇게 빠르게 따라잡지 못할수도 있었습니다.

아이폰 도입이 몇 년만더 늦었더라면 국내 모바일 생태계는 애당초 씨앗도 뿌리지 못할뻔 한 상황이었습니다.

민간기업이지만, 문제가 심각하니 정부가 나설수 밖에 없다는 논리도 옹색합니다.

경영능력에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술수를 써 장기집권을 하려 한다면 이런 폐단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정권을 등에 업고 정치적 논리로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비전문가 그룹의 논공행상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대기업 갑질 못지 않게 정치권 갑질도 문제입니다. 소신있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공기관 경영자도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장수할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물론 KT는 공기관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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