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살인사건’ 무죄 확정 “간접증거만으로 증명 부족”…그간 ‘시신없는 살인사건’ 판례들 보니

입력 2013-09-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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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살인사건 무죄 확정

(대법원)

낙지 살인사건 무죄 확정 판결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법원은 ‘간접 증거만으로 피고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봤지만 그동안 ‘시신없는 살인사건’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더욱 논란이 커지는 것.

12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2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된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질식시켰다는 혐의를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출된 간접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0년 4월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윤씨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윤씨가 낙지를 먹다 숨졌다고 속여 사망 보험금 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윤씨가 숨지기 한 달 전에 생명보험에 가입해 보험금 수령인을 법정상속인에서 자신으로 바꿨고, 숨진 윤씨의 치아가 좋지 않아 낙지를 통째로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 등을 통해 용의자로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사건에서는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인정한 판례들이 있어 이번 ‘낙지 살인사건’ 무죄 확정 판결과 비교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동업자를 땅에 묻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박모(4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해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살해 시기와 장소도 특정하지 못했다.

앞서 6월에는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 역시 ‘시신없는 살인사건’에 대해 “범행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범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다면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손모(43)씨는 20대 노숙인 여성을 유인해 살해하고 화장한 후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가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다 덜미를 잡혀 영화 ‘화차’의 ‘실사판’으로 화제가 됐다.

4월에도 간접증거로 살인 혐의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만삭의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백모(3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씨는 부인이 욕조에 넘어져 질식사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대법은 “박씨의 부검소견들은 사망 당시의 정황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에 불과하다”며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파기환송심은 백씨에게 다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대법은 “백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부인과의 다툼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된 점, 사건 당일과 그 이후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백씨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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