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위대한 도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박인비의 캘린더 그랜드슬램 도전은 가치있는 의미와 다양한 기록, 화제를 남겼다. 박인비는 올 시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메이저 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 세계 이목은 박인비에게 집중됐고,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적 부담과 컨디션 난조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였던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공동 42위에 그쳤고,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에서도 공동 67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날까지 박인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지난 대회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로 승격됐지만 지난해와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만큼 기대감은 남달랐다. 특히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은 한국과 비슷한 산악형 코스로 한국선수들에게 낯설지 않았다.
비록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무산됐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은 계속된다. 이미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올해 우승을 놓친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언제든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기록풍년이었다. 올해 박인비가 써내려간 기록은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대회 3연승을 비롯해 한 시즌 3개 대회 연속 우승, 박세리의 한 시즌 개인 통산 최다승(5승), 한 시즌 최다 상금 경신 등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의 뒤를 이을 골프여제로 자리를 굳혔다.
국내 골프용품시장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박인비의 골프용품 스폰서인 던롭코리아는 스릭슨 Z-STAR 볼과 젝시오 포지드 아이언이 20~300% 이상 판매되는 등 박인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사상 유래 없는 그랜드슬램 자격 논란도 화제를 낳았다. 메이저대회가 5개로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4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다는 그랜드슬램의 의미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메이저 타이틀 3개를 연거푸 거머쥔 박인비가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놓치면서 논란은 다시 붉어졌다.
LPGA사무국은 에비앙 마스터스를 포함해 4개 대회 우승 시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놓고 한때 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