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민속씨름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9-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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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1TV '2013 추석장사씨름대회' 방송 화면 캡처)

“삼촌! 우리 씨름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 조카가 씨름을 하자 졸라댄다. 몇 판을 지고도 삼촌을 이겨보겠다며 고집스럽게 매달린다. 결국 한판을 져주고서야 어린 조카와의 씨름 대결은 끝이 났다.

그래도 어린 조카 덕에 잊고 있던 한가위 씨름의 존재감을 느끼게 됐다. 씨름은 태권도와 더불어 민족 고유의 스포츠로 그 뿌리가 깊다. 그만큼 씨름은 우리 곁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요즘은 야구, 축구 등 인기 스포츠에 눌려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다. 민속씨름의 희미해진 존재감은 2013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추석이면 연례행사로 열리는 추석장사씨름대회는 한가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민족놀이다. 21일 경북 경산시의 경산실내체육관에서는 2013 추석장사씨름대회 마지막 날 백두장사(150㎏이하) 결정전(5판3선승제)이 열렸다. 결과는 정경진(26ㆍ창원시청)의 3개 대회 연속 백두장사 등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회 중계를 맡은 K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달라진 경기규칙과 씨름 팬들의 열기가 더해져 민속씨름 중흥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실제로 달라진 경기 규칙에 의해 경기 시간은 단축됐고, 좀 더 스릴 있는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도 추석연휴 내내 만원 관중을 이뤄 빈 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날 경기의 캐스터를 맡은 조건진 씨는 총 5036석(보조석 포함) 규모의 경산실내체육관에 1만여 명이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는 자화자찬이 지나친 듯하다. 민속씨름 중흥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추석장사씨름대회가 열린 경산실내체육관은 전일 무료입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000석 소규모 체육관 만원관중에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특히 관중 대부분은 연세가 지극한 어르신들이다. 가족단위 관객 및 젊은 씨름팬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스포츠 경기장의 대세인 여성팬은 더 귀하다.

대회장은 마치 광고전람회를 보는 듯하다.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도 색깔도 다양한 광고판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중계방송 내내 광고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스포츠경기장에서 광고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사이즈와 색깔에 통일성을 주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광고 자체의 격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선수들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대회 전 출전 선수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 방법이 없다. 해당 협회의 홈페이지에도 선수들의 간단한 프로필조차 게재돼 있지 않아 스포츠마케팅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래도 민속씨름이 달라졌다 자화자찬할 수 있을까. 기자가 볼 땐 아직도 씨름경기장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국내 스포츠팬들의 눈높이는 예전과 다르다. 주최 측의 자화자찬이 지나칠수록 오히려 스포츠팬들의 씨름에 대한 거부감은 커질 수 있다.

명절이면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씨름경기장을 방문하는 일이 당연시 되고, 어린 아이는 놀이동산이나 야구장보다 씨름경기장에 가자 졸라댄다. 외국인들은 아예 민속씨름대회 일정에 맞춰 한국여행을 계획하고, 만약 한국여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씨름대회를 꼭 한 번 보고 싶어 한다. 이 정도는 돼야 자화자찬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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