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스픽스 갈등구조를 깨자]갈등 양산하는 정치… 票 의식한 이념대결

입력 2013-09-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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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포퓰리즘에 휘둘려 국가 현안마다 충돌…합리적 판단하는 중도층 늘어야

정치권이 사회적 이념 갈등을 야기하며 사회 분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좌우로 양분된 이념은 선거를 비롯해 정치, 경제, 복지, 환경정책, 북한, 한·미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 정부 효과성 지수, 지니계수 변수로 측정한 사회갈등지수는 우리나라가 0.72로 터키(1.27)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82조~246조원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이념적으로는 중도층이 늘어야 하고, 정치권이 사회갈등 봉합에 나서는 등 민생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념대결로 보혁갈등 유발… 표 얻으려 다툼 부추겨 =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남남갈등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진영 간 대격돌은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수 대 진보 이념 대결은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피아가 분명히 구분되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 효과가 크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보수, 진보 진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금강산 관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등의 이슈를 두고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고착될 경우 선거가 끝나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선거전 과정에서 보혁 대결이나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사회 구성체 간 불신과 갈등,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런 탓에 사회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정부의 국민통합 능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문제도 좌우 이념적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는 사안이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대북·외교 정책의 기조가 달라지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대북 햇볕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원칙적 대북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대북 지원의 경우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남남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명 ‘퍼주기’ 논란이 일었고 남남갈등의 단초를 제공해 2003년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이 실시됐다. 이후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고 규정하는 등 6·15선언 등 햇볕정책의 산물을 평가절하해 신구 정권 간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후에도 보수 대 진보 정권은 대북 지원 문제를 비롯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해외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폭침, 무상급식 등 주요 국가 현안마다 부딪치기 일쑤였다.

복지분야 역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무상보육 재원 부담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퇴진을 몰고 왔던 2011년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여부를 가리는 사상 초유의 주민투표 사태 이후 보편적 복지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들은 무상보육, 기초연금,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공약을 쏟아냈으나 그에 필요한 재원 용도의 증세 주장은 없었다. 선거를 의식해 공론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지층 결집에만 힘 쏟아 … 지역갈등에도 한몫 = 양분된 이념 과잉은 정치권이 각자 지지층 결집에만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정책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역대 당청 관계는 비슷한 코스를 밟았는데, 여당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했고 야당의 비판 대상은 여당이 아니라 청와대였다. 그러다 임기 중반 이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여당 내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레임덕을 부추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당시 여당은 박 대통령의 ‘원안 고수’ 지침에 갇히면서 수동적 자세에 머물러 당 지도부는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루한 여야 대치 끝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에 가까스로 통과되긴 했지만, 새 정부는 장기간 국정 파행을 겪었다. 정부조직법 대치 상황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여당은 정치력과 협상력 부재로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또 야당은 정부조직법의 원래 목적이나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조건들을 억지로 끼워 붙이면서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을 각각 받아야 했다.

◇전문가들 “사회갈등 봉합, 민생정치 펼쳐야 할 때”= 전문가들은 이념 갈등을 풀기 위해선 정치권이 사회갈등 봉합,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북한, 통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의 정략적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창남 경희대(언론정보학) 교수는 “대통령과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이념적 문제가 갈등의 소지가 되지 않게 언행을 사려 깊게 해야 한다”며 “다소간의 이념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헌법을 가장 상위의 가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실정법과 유권자의 힘으로 엄중하게 심판해 퇴출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와 진보가 극한대결로 치닫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만들려면 중도성향의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민통합을 위한 중도층 역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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