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스픽스 갈등구조를 깨자] 소통 없는 정부 “성장ㆍ복지 잡겠다” 공약만… 귀닫은 朴

입력 2013-09-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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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부자증세 등 사회 갈등 양산…야당 협조 없이는 난망 “이제 귀 열어라”

한국 경제가 소통과 공존 없이 사회갈등과 정치권의 정쟁, 부처 간 이기주의로 헛바퀴만 돌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출범 초 경제활성화와 국민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등 3대 중점목표를 설정하고 경기활성화 종합대책을 쏟아내며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소통과 국민의 공감대 없이 성급하게 내놓은 경기활성화 대책의 핵심 법안들은 국회에서 공전하거나 아직 제대로 구체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과 무리한 복지공약 추진으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 추진 예산이 135조원, 지방공약 이행에도 124조원의 재원이 필요해 두 사업을 병행하기에는 쉽지 않다. 특히 상반기 관리재정수지가 역대 최대치인 4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상반기 세수 부족 규모도 1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팀은 하반기 경기회복으로 세수 부족분을 채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 들어 재원 부족이 현실화되자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추진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면충돌과 여·야의 정쟁 대상이 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증세 없는 복지추진’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그동안 금기시됐던 증세 가능성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현 부총리 입에서 거론되면서 ‘증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같이 정부의 재원 없는 설익은 경기부양책과 박근혜식 일방 소통 정치, 사회 갈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들이 수출 호조를 나타내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바짝 뒤를 쫓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만일 중국 기업에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무너진다면 자칫 미래 성장동력도 잃게 돼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대기업 의존 경제는 이제 부메랑이 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갑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중견·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5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플러스로 성장했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기업의 영업이익을 빼면 15.2% 오히려 줄어든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00대 기업 영업이익의 33.14%를 차지해 특정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 사정당국을 앞세워 재벌개혁과 공정경쟁 등 경제민주화를 외쳤지만 대기업이 투자에 지갑을 닫자 슬그머니 경제민주화 얘기가 들어가고 있다. 오히려 하반기 경기회복 둔화세가 나타나자 경제팀은 경제정책 방향을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경제민주화와 부자증세 문제도 정치권의 의미 없는 정쟁의 대상으로만 전락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의욕만 앞세웠을 뿐 우리 경제의 정확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설익은 경기부양책만 쏟아낸 점도 한국 경제 갈등을 부추겼다. 공약가계부, 부동산 활성화 종합대책이나 세법개정안 등 쏟아낸 경기부양책은 정치권이나 국민과의 공감 없이 내놓은 정책들이 많아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 정부의 설익은 대책과 이에 대한 땜질식 처방으로 시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혼란이 일어나면서 경기부양이나 민생안정의 구체적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없는 정치도 야당의 반발만 불러일으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생안정 대책들은 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할 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정부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도 갈등의 요소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할 때다”며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최소화하고 이해당사자 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야당의 협조 없이 경기부양책의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만큼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과 정부는 소통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정책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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