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 사퇴… 또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입력 2013-09-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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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가 무너졌다. 1991년 맨손으로 팬택을 세웠던 박병엽<사진> 부회장이 최근 저조한 실적에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24일 채권단을 찾아 사의를 표명했다. 팬택을 창업한 지 23년 만이다. 팬택은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기업이지만 최근 4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며 점유율 하락에 고전해 왔다.

이번 사의는 박 부회장 스스로 결정했다. 채권단 역시 그의 사임에 당혹스러워하며 일단 반대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관계자는 “작년 3분기부터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하고 “박 부회장께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맨손으로 팬택을 세운 회사의 창업주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1991년 팬택을 세워 무선호출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웠고 거침없는 성공신화를 썼다. 그러나 2008년 리먼쇼크를 코앞에 두고 금융환경 악화 탓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창업주로서의 모든 권리는 물론 자신의 지분(약 4000억원) 역시 포기했다. 이후 필사적으로 기업회생에 매달렸다. 매일 새벽 출근과 주말이 없는 5년여 동안 워크아웃에 빠진 팬택을 살리기 위해 밤잠도 줄여왔다.

그러나 팬택의 회생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 애플 등 세계 굴지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 탓이다. 작년 3분기부터 시작한 적자는 4분기 연속 적자로 이어졌고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무려 495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한때 35만대 수준에 달했던 판매량은 현재 15만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결국 박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외부자금을 끌어왔다. 올 들어 퀄컴과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245억원과 530억원의 자금을 들여왔다. 지분을 넘기며 자금을 끌어왔지만 경영권을 지켜내는 등 실익도 챙겼다. 여기에 채권단으로부터 1560여억원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경영위기가 지속되자 결국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선언에 대해 ‘박 부회장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워크아웃 졸업이 난항을 겪자 채권단에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이후 워크아웃 졸업이 이뤄지자 의사를 철회하며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팬택은 박 부회장의 사임과 함께 전체 직원의 3분의 1인 800여명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만큼 박 부회장이 사임을 철회하고 팬택에 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의 공석으로 향후 팬택 경영은 올해부터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온 이준우 부사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거나 경영고문으로 남아 기업회생 작업을 돕기를 바라고 있지만 박 부회장의 사퇴의사는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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