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증권가- 구성헌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9-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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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

동양증권 뱅크런 사태를 보면서 새삼 무협지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동양증권 고객들이 대규모 예금인출에 나서자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당국의 설득이 먹혀들었는지 3일째부터는 예금인출이 뜸해졌다.

그러나 증권업계가 문제였다. 일부 경쟁 증권사들은 동양증권의 CMA는 안전하지 않으니 자기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라는 글을 공식 블로그에 게재해 논란이 됐고 업계 내에서는 각종 루머가 양산되기 시작됐다.

갖가지 루머를 접하며 대부분은 ‘설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루머는 동양증권 직원들과 일부 투자자들의 SNS를 통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 동양증권 지점장은 페이스북에 “옆에 있는 OO증권에서 ‘띠’까지 만들어 두르고 영업을 하더니 오늘은 XX증권이 바로 지점 옆에서 캠페인을 했다”고 밝혔다. 어떤 투자자는 자신도 동양증권 계좌를 해지하고 나오는데 타 증권사 직원이 다가와 옮겨 타라고 권유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대로라면 위법행위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극심한 불황 속에 수조원대의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보고 영업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업계의 행태는 그야말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동양증권 CMA가 위험하다면 다른 증권사의 CMA도 똑같이 위험하다. 오히려 동양증권은 CMA에 관한 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권위 있는 회사다. 가장 많은 계좌를 관리했고 주도해 왔으니 노하우도 가장 많이 쌓였을 것이며 종금업 반납 이후에도 계좌를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거래량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런 시기에 업계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면 동양증권에서 나간 돈은 다시는 증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자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권업계가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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