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의 주식전쟁]‘가업승계’ 지주사 전환에 공들이는 재계

입력 2013-10-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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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안내고 오너 경영체제 강화…기존 순환출자 지배보다 투명성 높고 견제도 적어

재계의 승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들이 승계구도를 구축했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가업승계 구도를 꾀하고 있다.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승계를 매듭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민주화 코드에 부합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올해 들어서만 한진, 한솔, 동아제약, 종근당 등의 대기업집단이 줄줄이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거나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인적분할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인적분할의 경우 주주는 지주회사와 분할된 사업회사에 대해 기존 회사와 동일한 수의 주식을 각각 갖게 된다.

인적분할을 하고 나면 오너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회사 지분을 팔아 지주회사 지분을 사들이게 되는데 오너들은 이 과정에서 지배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오너가 보유한 사업회사의 지분과 지주회사의 자사주 스와프(주식 교환)가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오너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 6월 1조5900억원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닌 주식 스와프를 통해서다. 사업자회사인 한국타이어 주식을 1주 가져오는 대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2.6주를 내주는 셈이다.

한국타이어 주식 5.8%를 가진 조현식 사장(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장남)이 공개 매수에 참가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신주를 받으면 조현식 사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18.2%로 껑충 뛴다. 차남 조현범 사장 지분율도 7.1%에서 22.3%로 대폭 증가한다. 이에 비해 기존 최대주주(15.99%)인 부친 조양래 회장은 공개 매수에 일부만 참여해 지분율을 낮췄다.

이 과정을 통해 조현식·조현범 사장은 자연스레 지주회사 대주주에 오른다.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승계를 매듭지은 셈이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분할 상장과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대한항공은 한진칼과 분할한 뒤 지난달 16일 재상장에 나섰다. 성공적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 정석기업과 (주)한진, 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해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처럼 재계는 2~3세가 상속세 등으로 감소한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지배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 혹은 유상증자·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승계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가업승계 시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가 투명성이나 합리성이 기존 재계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보다는 더 높아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견제가 적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코드에 맞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SK, LG, 두산, CJ, 코오롱, LS, 아모레퍼시픽 등 많은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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