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호텔 건립 허용 추진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결정한 내용인데, 서울시가 제동을 건 모습이어서 무상보육에 이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호텔이 들어설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호텔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해당 부지가 학교 인근에 위치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50m(절대정화구역)에 관광호텔을 아예 짓지 못하게 하고, 반경 200m(상대정화구역) 안이라면 교육청 학교정화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25일 '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에 대해선 법 개정 등으로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호텔 건립에 물꼬가 트이는 듯 했다.
여기에 최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정부에 대립각을 세웠다. 인근에 학교들이 밀집해 있고, 경복궁 등 한양도성의 중요한 문화재가 몰려 있어 공익적 시설 외에는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가 키를 쥐고 있는 '북촌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 있고, 용도상 이 곳에는 호텔 건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시는 법 개정과 교육청의 재심사를 거쳐 대한항공이 사업계획 승인을 다시 신청할 경우 주민 의견 청취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아울러 '해당 부지에 공익적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내부적으로 직접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공공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문화계나 교육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대부분 송현동 부지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계획 승인신청이 들어오면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이런 여론을 감안해 관련법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