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급증하자 이들을 겨냥한 금융권의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나홀로족은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다인 가구에 비해 자산관리와 재테크의 중요성이 커 이와 관련된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이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1인 가구 공략… 금융권 마케팅 활발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솔로 이코노미의 성장과 금융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4000만원이 넘는 고소득 1인 가구는 약 13만가구로 전체 경제활동 1인 가구의 8.2%를 차지한다. 이들은 평균 연소득 6000만원과 자산 3억60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및 우량기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으로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소득 남성의 소비여력이 증가하면서 골드미스뿐만 아니라 골드미스터를 위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에이스(ACE) 전문직 무보증대출’은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등 자격증을 소지한 현직종사자를 위한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엘리트론’은 공무원, 정부투자기관, 교육기관 등 은행이 선정한 우량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은행이 선정한 전문가 및 법무, 회계, 기술, 부동산, 항공, 교육 등의 전문직을 대상으로 ‘우리전문가클럽(S-club) 신용대출’을, 하나은행은 개업(한)의사, 봉직의사, 군의관, 공중보건의, 레지던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닥터클럽’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30대 젊은층 중심의 미혼 가구에 특화된 상품도 있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특정 업종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카드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부부 혹은 혼자 노후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금융서비스도 늘고 있다. 금융권은 ‘사랑 잇는 전화’, ‘실버 금융교육’ 등을 통해 독거노인에게 정서적·경제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노후 질환에 대비한 간병보험도 눈에 띈다. 현대해상의 ‘100세시대 간병보험’은 치매뿐만 아니라 상해나 질병 등 장기요양 등급 판정 시 장기요양 비용까지 보장한다.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가족사랑 간병보험’은 요양등급에 따라 간병비와 간병연금을 보장해준다.
◇주택 관련 금융상품·이혼 가구 등에 대한 준비는 부족 = 전문가들은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가구의 자산관리 및 재테크의 필요성은 다인 가구보다 더욱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확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및 다양한 상품·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주택과 관련된 금융제도와 상품이 아직까지 전통적인 가구구조에 치중돼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등에 대한 대출 상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다인가구 위주의 청약가점제, 전세자금대출의 대상 및 연령 제한 등 제도적 한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1인 가구의 자산 및 부채 형태, 라이프 스테이지 등을 고려한 재무설계 상품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20~30대 젊은층은 주택을 ‘소유’보다는 ‘임대 및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 주택과 관련된 상품보다는 연금 등 저축상품을 통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감소, 의료비 등 생활비 증가에 따른 보유 자산 재구성, 주택연금 등 부동산 자산을 통한 노후 생활비 마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에는 국내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 중 금융이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혼 가구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1인 가구 중 이혼 가구는 지난해 63만 가구에서 2035년 130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이혼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파일도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인 가구는 은퇴준비, 생활비 및 의료비 등을 위한 저축에 대해 중압감을 느끼고 있으나 그에 대한 준비는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며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가구는 스스로 노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다인 가구에 비해 자산관리와 재테크의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및 다양한 상품·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