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음에도 여야 간 정략에 가로막혀 경기회복을 위한 길은 멀기만 하다.
특히 새누리당이 규제를 하나 풀기 위해선 야당이 요구하는 각종 규제강화 법안을 함께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산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는 현실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 정당은 정기국회 우선처리 법안을 선정하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안처리를 위해 상대당과 주고받을 수 있는 법안이 어떤 것인지 찾는 게 핵심이다.
각 당 원내대표단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시급한 법안을 모아 법안처리 순서를 변경하거나 ‘패키지’로 처리할 수 있는 법안들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기활성화 지원법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규제법안을 최소한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원내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규제 하나를 풀고 규제를 하나 만드는 격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법안통과는 물건너 간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때 처리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은 당연히 처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경제를 살리는 길은 대기업에 집중된 혜택을 중소기업과 나누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 원내대표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먼저 새누리당이 우선처리법안으로 선정해 놓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처리하는 대신 민주당이 요구하는 ‘중소기업·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도 함께 통과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2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계약이 걸려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의 업종보호를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어서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어느 법안을 먼저 상정해 논의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와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부동산 관련법안도 ‘빅딜’ 대상으로 거론된다.
새누리당은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영·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에 민주당이 협조할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 일부와 후분양제 전환을 수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민주당도 부동산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안 ‘딜’을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잠재워야 한는 숙제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사전고용영향평가 도입과 고용영향평가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고용정책기본법’과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강화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이 동시에 통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고용정책기본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근로기준법의 선처리를 요구해 무산된 바 있다.
양당은 이밖에도 내년도 예산안,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법안 끼워넣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