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진출, 문화콘텐츠와 손잡고 금융한류 노린다

입력 2013-10-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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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장품산업은 한류 영향으로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됐다. 삼성·LG의 휴대폰, 스마트TV 등의 전자제품과 현대·기아차는 한류 지역에서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국내 기업 둘 중 한 곳이 “한류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류의 영향이 산업 전반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융사는 한류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산업은 활발한 해외 진출로 금융 수요가 높다. 저성장·저수익에 허덕이는 금융사 또한 신성장동력 확보와 해외 진출 확대가 여타 산업보다 절실함에 따라 한류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둘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 금융회사의 기회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회사와 문화콘텐츠 기업의 협업이 전무했지만 앞으로 서로 힘을 합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화콘텐츠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법인을 설립하는 데는 금융회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문화콘텐츠사업의 성패는 자금조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도 문환콘텐츠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우선 콘텐츠 기업이 해외 진출 시 금융사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가령 콘텐츠사가 해외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 시 M&A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해외순회 공연과 공연장 및 영화관 건립 등에는 프로젝트 금융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해외영업 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 또 콘텐츠사에 국제계약, 환위험 관리, 해외진출 관련 컨설팅 등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사와 장기적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또 한류 스타를 활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해외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 동시에 문화 관련 이벤트 개최 시 관련 현지 기업과 연계한 금융상품 판매도 가능하다. 현지 기업과도 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도 있다.

금융회사는 또 문화콘텐츠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현지에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고객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젊은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우리나라 금융사는 글로벌 은행에 비해 낮은 인지도로 해외법인 현지화 추진 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두 업종의 지리적 기반도 향후 협업에 돛을 달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류가 대중화된 지역과 국내 금융회사의 진출지역 및 향후 진출 가능 지역이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트라가 2011년 말 아시아 12개국, 미주 5개국, 유럽 7개국, 중동·아프리카 4개국을 대상으로 한류 침투율을 분석한 결과, 문화콘텐츠사와 4대 금융지주의 해외진출 지역이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성상 협업 과정에서의 맞닥뜨리게 될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영세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등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구조와 사업가치 평가의 어려움이 가장 큰 제약 조건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업계는 2011년 기준 0.4%에 해당하는 480개 대형사(100인 이상)가 전체 매출의 35.2%를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하다.

또 문화콘텐츠사업은 관련 리스크의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사업성을 계량화하기가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권 연구원은 “제조업 분야가 체계적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실패요인을 줄이는 것과 달리 콘텐츠사업은 주관성이 크게 개입한다”며 “문화콘텐츠에 대한 평가 체계와 전문성이 미흡한 것도 원인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문화콘텐츠사와 협업을 할 때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는 문화콘텐츠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것도 효과적 방법으로 제시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사 내 문화콘텐츠사업 분야 전담조직을 구성, 사업성 평가 모델의 자체 개발도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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