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 우리는 말하고 싶다! 소통의 힘

입력 2013-10-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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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혁 (상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ㆍ한국선진화포럼(www.kfprogress.org) 홍보대사12기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바로 18대 대선이었죠. 최초의 남녀 후보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대선이었습니다. 치열했던 양상이었던 만큼 각 후보의 공약들에 관심이 많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보의 정치적인 색깔과 이해 관계가 달라서 서로 상반되는 공약이 많았지만, 두 후보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공약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통하겠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소통이 부재했었던 것입니다.

대선 결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첫 번째 업무지시는 각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서간의 폐쇄적인 업무가 아닌 개방형의 업무로 서로 의논하고 소통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자는 취지였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토론 문화나 소통 문화에 익숙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선생님의 일방적인 교육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아이들이 서로 의논하고 말하는 문화는 없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는 뭔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남들과 대화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손윗 사람이나 이해관계상 자신이 동조해야 될 사람의 의견에 우르르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습관이 있죠.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와 우리나라 야구의 문화 차이를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후 감독, 코치, 선배 선수 순으로 순서대로 한 명씩 이야기하며 후배 선수들에게는 그냥 질타만 하고 왜 그렇게 했느냐는 질책성 피드백만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경우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끼리 피드백 시간을 가질 때 감독이나 코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답니다. 단지 각 선수들에게 돌아가면서 그날 자신의 플레이가 어떠했고 무슨 잘못이 있었으며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의견만 묻더랍니다.

매일매일 경기 후 자신의 플레이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의논할 지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다보니 자연스레 창의적인 경기운영이 되더라는 것이었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힘일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 등 다른 서양 문화권에서는 나이∙성별∙경력∙직책을 불문하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양과는 달리 동양 문화권이고 동양 문화 특성상 서양과는 다른 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소통이 없는 독불장군의 한 리더가 이끌면 따라가는 식의 불통의 문화만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군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의 소통형 리더쉽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세종 재위 당시 관료사회의 분위기는 복지부동 그 자체였습니다. 의논해보라고 말하면 한 사람이 옳다고 하면 다 옳다고 하고, 한 사람이 그르다고 하면 다 그르다고 하는 등 한 사람도 중론을 반대하여 논하는 자가 없었다고 세종은 개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종이 실시한 것이 바로 경연의 활성화였습니다. 세종은 대신들을 수시로 불러서 나라에 도움되는 절실한 말을 강직하게 말해달라고 주문을 하곤 했죠. 토론을 하다가 쓸만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 해당 부처에 명을 내려 시행하도록 조치를 내렸습니다.

경연의 핵심은 계급을 뛰어넘는 토론이었습니다. 토론에서는 상하가 따로 없는 치열한 논쟁의 연속이었죠. 불교배척과 한글 사용 반대에 앞장섰던 최만리는 고개를 들어 임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언성을 높여 반대논리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토론과 논쟁을 하는 자리에서는 세종의 첫 마디는 한결 같았다고 합니다. “너의 말이 참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 라는 것이었죠. 세종은 논쟁을 통해 신하들을 제압하고 자기주장의 명분을 확보했습니다.

논쟁이 명분확보를 위한 장치였죠. 그러나 가장 나은 방안을 찾는 토론 본연의 목표에 벗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또한 신하들의 의견을 문무관원들이 돌아가며 임금을 만나 질의에 답하는 윤대를 통해서도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윤대에서 행한 신하들의 발언은 문제 삼지 않았기에 기탄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죠. 이렇듯, 세종의 소통형 리더쉽은 조선 왕조 오백년 중 가장 융성한 문화를 꽃 피우고 과학의 발전과 강성한 나라를 정립하는데 매우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우리도 소통의 힘으로 더욱 창의적인 문화를 형성하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책임있는 발언속에 자유로운 소통문화는 우리 사회를 더욱 양질의 삶으로 이끌고 최고의 문화 창출과 창의 발현을 실현시킬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재혁 (상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ㆍ한국선진화포럼(www.kfprogress.org) 홍보대사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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