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담배녀’ 논란
‘서울대 담배녀’ 논란으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생회 반성폭력학생회칙이 11년 만에 개정되면서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은 지난 2011년 3월, 연인 관계였던 여학생 이모(21)씨와 남학생 정모(21)씨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이씨가 “정씨가 줄담배를 피움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해,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발언권을 침해하는 등 성폭력 행위를 했다”며 정씨를 사과대 학생회에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사회대 학생회장 유수진(23)씨는 남학생 정씨의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신고를 반려했고, 정씨에게 사과를 권유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이씨에게 사과했으나, 이씨는 “사과는 정치적인 것이었고 인간적 사과는 아니었다”며 유수진씨를 ‘성폭력 2차 가해자’라고 비난했다. 이씨 측은 “그동안 관악 학생사회의 여성주의 운동은 성폭력 개념을 강간으로 협소화하지 않고 외연을 넓혀왔다”며 “반성폭력 운동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유씨는) 앞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유수진씨는 “이씨와 이씨를 옹호하는 ‘서울대 담배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 논리대로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를 죽일 권리까지 줘야 한다”며 “(이는) 피해자의 무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어떤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함무라비 법전 수준 이하의 윤리”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담배녀’ 이씨가 전 남자친구 정씨에게 욕설 또는 “안경을 부수면 살인미수라던데 그렇게 하고 싶다” 등의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논쟁이 이어지던 같은 해 10월18일, 유수진씨는 사회대 학생회장직을 사퇴하며 학생회 홈페이지에 “사회대 학생 활동가 대부분이 여성주의자인 상황에, 왕따를 당한 것과 비슷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껴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며 “(나는) 사회대 학생회칙이 규정한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으므로, 학생회장으로서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23일 대책위는 학생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회대 학생회장 사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씨를 최대한 긍정하는 것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행위가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다. 특히 대책위는 “이씨가 ‘성폭력’이라고 제기한 부분들에 대책위가 명확하게 동의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건 성격규정을 능동적으로 하지 않아 담배 부분까지 무리하게 성폭력으로 인정해버리는 모양새가 됐다”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왜곡한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 자체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서울대 여성주의 운동 등 학생 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중심주의’ 등 ‘성폭력’ 개념 규정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반성폭력학생회칙’ 개정안을 통해 △성폭력 사건 해결을 공동체의 정의와 신뢰를 지키는 것으로 재정의하고 △성폭력 기준의 원칙적 준거를 ‘수정된 객관성’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회칙의 피해자중심주의는 실질적으로 폐기됐고, 성폭력 여부는 ‘피해자의 감정’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을 고려한 공동체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또 실명사과 강제 규정을 삭제하는 등 가해자의 권리 보장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