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한글, 너무 어려워요

입력 2013-10-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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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만주어(滿洲語)가 사라지고 있다. 만주어는 청나라 시대 중국의 ‘국어’였다. 현재 만주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100여명, 만주어 학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에서 자신들을 만주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1000만 명 정도,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어만을 쓰고 있다. 1912년 청나라가 망한지 100년 만에 언어가 없어져 버렸다. 만주족은 한족에 동화되어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에 있던 유일한 만주어 교육기관 만문서원(滿文書院)이 7년 전 문을 닫았다. 머지않아 만주어는 어느 누구도 해독할 수 없는 죽은 언어가 될 것이다.

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출산율은 약 2.1명, 요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명 수준. 이런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050년 우리나라 인구는 3000만 명으로, 2200년이면 5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가 2800년이면 완전히 멸종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많은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국내에 와 있는 외국인 주민수가 145만 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8%라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도 3만 명을 넘어섰다. 물론 대부분이 동남아 학생들이긴 하나 여하튼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학생들만 한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류 덕분이기도 하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사나이’의 샘 해밍턴 일병처럼 유창하게 혹은 어눌하게 우리말을 하는 외국인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독학으로 한글을 배웠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한글 너무 어려워요.”이다. 외국어 배우기가 어디 쉽겠는가. 특히 우리말의 높임말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어법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文化)이자 물건(物件)이다. 물건은 사용자가 많아야 한다. 사용자가 늘어나려면 배우기 편해야 할 것이다. 한글도 배우기 쉽게 그 규칙을 단순화할 수는 없을까. 세종대왕이 말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히 사용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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