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聾巖)이라는 말은 귀머거리 바위라는 말인데
귀머거리 바위는 바위에도 귀가 있다는 것인데
귀가 먹었다는 바위를
백부님은 평생 가슴에 애지중지 품고 다니셨다
종제(從弟)는 그것을
가송리 애일당 정자 아래 귀하게 모셔다 놓았다
몇 차례 옮겨 다닌 세월에
부서져 조각난 것을 정성스레 맞춰 놓기는 했는데
내가 보기에 아무래도 귀가 사라진 것만 같다
예전에
귀머거리 바위가 듣지는 못해도 춤을 추었다는 사실을
애일당구경첩 그림에서 보았다
남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부모님을 위하여 팔순 이상 노인들을 모셔 놓고
해마다 양로연 잔치를 벌였다는데
글쎄 그 너른 마당에서 안동부사 직책도 잊어버리고
때때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백부님 살아생전에
여태까지 솟을대문이 하루도 닫혀있는 것을 본적이 없다
배 띄워 노래까지 불렀다는 분강(汾江)에
지금도 중구일(重九日) 무렵이면
때때옷을 입은 은어들이 수면에 올라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