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오는 14일부터 내달 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그러나 국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곳곳에서 ‘부실국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국감은 그간 정치권의 권한확대 욕심으로 피감기관이 늘어나 국감을 받는 기관이 국가기관 285개, 공공기관 280개, 광역자체단체 31개, 유관기관 34개 등 총 630곳에 이른다. 이는 작년(557개)대비 73개 증가한 것으로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부실국감 우려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국감기간은 20일 뿐인데 630개에 달하는 피감기관을 제대로 감사한다는 게 우선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의원 한 명당 질의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서면 질의로 대체되거나 수박 겉핥기식 질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늘어난 피감기관만큼이나 증인과 참고인의 숫자도 증가했다. 이 중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을 비롯한 기업인 소환자만 2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일반증인 4명 중 3명꼴로, 정무위원회의 경우 일반 증인 중 94%(66명 중 62명)를 기업인으로 채웠다. ‘기업감사’라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런 배경엔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일감 몰아주기, 갑을관계 개선, 노사문제 등 대형이슈 선점을 통해 입지를 넓히려는 속셈이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미이관, 기초연금 후퇴, 역사교과서 개정,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와 인사파동, 동양그룹 부실 사태, 4대강사업 논란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정책감사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선 증인의 불성실한 국회 출석도 문제시되고 있다.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통보를 받은 사람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사법당국에 고발돼도 벌금 몇 푼만 내면 그만이어서 해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이와 함께 ‘보안’을 이유로 정부가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 여야 의원들이 감사에 애를 먹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감 제도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 핵심관계자는 “부실·졸속국감이라는 비판이 매번 제기되면서 상시국감 등 제도개선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업무마비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한 번에 제도를 바꾸기보다는 여야의 공감대 속에 시간을 갖고 하나씩 바꿔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