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2~5인실, 건보적용 추진…“장기입원 더 늘어날 것”

입력 2013-10-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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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상급병실료 제도개선안’ 토론회

환자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는 ‘상급병실료’에 대한 개선 대책이 나온 가운데 일선 병원들은 장기 입원이 늘어나고 환자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의료계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상급병실료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지금까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논의된 두 가지 개선 대책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첫 번째 안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즉 상급종합병원에 국한해 일반병실 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안은 전국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하되 종합병원·병원은 일반병실 기준을 4인실로 상향하고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로 올리는 방안이다.

두가지 안 모두 일반병실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급병실을 써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을 놓고 열린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병실료가 낮아지면 ‘빅5’ 병원으로 환자가 더 쏠리게 되고 장기 입원환자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에서 중소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조한호 대한병원협회 경영이사는 “일반병실이 있음에도 병원의 수익을 위해 상급병실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병원이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기본 입원료가 원가의 50~7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안과 2안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상급병실료 보조해준다고 하면 누가 일반병실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역시 일반병실 입원료부터 현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참석한 그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국민불행의료기획단’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부회장은 “상급병실을 축소하고 일반병실을 크게 확대하는 제도개혁 논의에 앞서 원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행 일반병실 입원료 현실화, 즉 원가보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일반병실을 2, 3인실까지 확대하면 2, 3인실에 입원한 사람과 6인실에 들어간 환자간 형평성 시비로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필수의료보장이지 환자가 원해서 선택하는 것까지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환자가 상급병실을 거쳐서 일반병실로 갔는데 병원에서 정해놓은 일수가 지나면 다시 상급병실로 유도하는 병원도 있다”면서 “환자들은 원하지 않음에도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어렵지 않게 원하는 병실에 입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형병원 일반병실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것을 단순히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질서를 바로 잡는 문제로 보았다. 입원실이 없어도 친분 관계를 이용하면 더 빨리 입원을 할 수 있다든지 하는 공정하지 않은 ‘룰’이 만연된 상황으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원별로 홈페이지에 병실별 예상 대기시간을 실시간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환자들의 불만족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윤 교수는 제안했다.

복지부는 각계의 다양한 비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권병기 복지부 비급여개선팀장은 “두 가지 안은 기획단이 나름대로 절치부심한 해법이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서 점차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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