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을 대거 팔면서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 자사주를 대거 처분했던 포스코가 한달 만에 투자중인 지분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블록딜을 계기로 양사간의 ‘백기사 협약(상호 우호지분 관계)’이 사실상 붕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와 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0일 장 마감 이후 SK텔레콤 주식 57만7634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태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적용된 할인율은 이날 SK텔레콤 종가 22만8000원에서 2.19% 할인된 22만3000원이다. 이번 블록딜로 포스코측은 1280억원을 현금화했다.
매각대상은 포스코가 보유한 SK텔레콤의 미국예탁증서(ADR)다. 이번 블록딜은 포스코가 2008년 SK텔레콤의 ADR을 담보로 발행한 교환사채(EB)의 만기 상환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스코와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이후 ‘백기사 협약’을 맺어 왔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1조7000억원 조달을 위해 신세기통신 대주주인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와 지분을 맞교환했었다. 포스코는 당시 신세기 통신 지분 전량을 넘겨주는 대신 SK텔레콤 지분 6.84%를 받았다.
하지만 양사가 번갈아 가면서 보유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13년간 이어져 온 ‘백기사 협약’은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4월 포스코는 SK텔레콤 주식 가운데 234만1569주(2.89%)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지난해 9월에는 SK텔레콤 역시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주식 절반인 124만655주를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