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가 올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뛰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지켜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국내 기업들의 경기장 광고다.
그중 가장 많은 시선을 끄는 것은 LG전자의 광고판이다. LG전자는 올시즌 다저스와 신시내티를 공식 후원한다.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과 신시내티의 홈구장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 안팎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한다.
LG전자뿐만 아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현대자동차, 농심,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의 광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넥센타이어는 올시즌부터 다저스타디움의 포수 뒤쪽 롤링보드에 광고를 시작했다. 포수 뒤쪽은 방송에서 가장 많은 노출 빈도를 자랑하는 곳으로 넥센타이어의 글로벌마케팅담당 이장환 이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시장 내 넥센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넥센은 그밖에도 애틀랜타와 디트로이트 등과도 후원계약을 통해 경기장 내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공식적인 후원 금액은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한국타이어, 대한한공 등이 같은 위치에 광고를 진행하며 연간 약 2만 달러(약 2150만원)의 액수를 지불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보다 3~4배는 인상된 가격대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자동차는 올시즌 다저스 외에도 신시내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총 7개 구단을 후원한다. 현대자동차는 외야 펜스와 스코어보드에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후원하는 7개팀들 중 무려 3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광고 효과가 쏠쏠하다.
LG전자 역시 다저스와 신시내티를 후원하며 외야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추신수가 지난 5월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공이 공교롭게도 LG 광고판이 있는 쪽으로 향해 극적인 광고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다저스타디움의 외야 펜스에는 단 8개의 광고만이 들어간다. 현재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외에 버드와이저, 뱅크오브아메리카, 유나이티드항공 등과 같은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과 같은 곳에 광고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시장에서의 인지도 상승 효과는 매우 높다.
광고 설치 장소는 포수 뒤쪽과 외야 펜스 등 익히 잘 알려진 곳 뿐만 아니라 내야 층간의 전광판, 스코어보드, 심지어 폴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방송 노출 빈도에 따라 가격대는 달라진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단순히 경기장 내 광고뿐만 아니라 경기장 이름까지 광고에 활용한다. 이른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s)’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홈구장명을 ‘AT&T 파크’로 쓰는 조건으로 24년간 5000만 달러(약 536억7500만원)를 받는다. 하지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AT&T는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서만 약 4000만 달러(약 429억4000만원)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프로야구팀의 홈구장 역시 많은 광고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메이저리그와 그 규모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포수 뒤쪽 롤링보드는 연간 최대 2억원 안팎이다.
구단의 인기도나 연고지에 따라서도 단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외야 펜스는 연간 3000만원 선이다. 단가의 차이는 역시 매체 노출 빈도로,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화면에 등장하는 포수 뒤쪽 광고판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홈구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장 내 광고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반면 국내 구단들은 홈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연고지가 속한 각각의 지자체로부터 임대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장 내 광고를 직접 유치할 수 없어 이를 통한 직접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네이밍 라이트 역시 국내에서는 아직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