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 대한 상시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동양증권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당 지원 통로로 이용된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도 비슷한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대한 특별검사에 이어 신안그룹의 그린씨앤에프대부와 현대해상의 하이캐피탈대부 등에 대한 점검에도 착수했다. 기존 빚 독촉 금지에 주안점을 뒀던 검사에서 대부업체의 계열사 부당 지원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는 동양그룹 계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산하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현대해상화재 계열 하이캐피탈대부, 부영의 부영대부파이낸스 등 5곳이다. 이들 대부업체는 총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대형 업체다. 모두 금감원 직권조사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상 규정을 지켰더라도 내용상 편법의 소지가 있다면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들 대부업체는 대부분 일반 고객과 거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계열사 자금지원에 동원되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사흘에 한 번꼴로 CP를 발행해 계열사 자금 지원 통로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달 말 기준 동양파이낸셜대부의 대출잔액 1000억원 중 840억원가량이 계열사 대출로 밝혀졌다. 또 계열사 주식 매입과 출자 금액이 1000억원 정도로 총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이에 금감원은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대해 회계감리 검토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처럼 동양그룹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자금 돌려막기의 창구로 활용한 이유는 대부업체가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아 금감원의 감독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상장사로 공시 등의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부업법 개정 등을 통해 대부업의 계열사 부당 지원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대부업법이 업체의 건전성 감시가 아닌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부업 또한 제도권 금융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 사태를 계기로 대부업의 계열사 부당 지원을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는 몇 개 되지 않는데 이들 업체 때문에 규정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