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돈 많이 벌기만 하면 행복할까요

엘리자베스 던·마이클 노튼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10년간 학위에 매진하다 드디어 교수직을 얻고 봉급을 받기 시작한 저자의 고민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도 자신의 행복감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궁금함 때문에 돈과 소득 사이의 관계를 다룬 1만7000여편의 논문을 찾아낸 다음 수많은 논문들이 내린 결론은 단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던의 저서의 원제목은 ‘Happy Money’이며, 부제는 ‘현명한 지출의 과학’이다. 이 책의 핵심 포인트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출 습관을 현명하게 바꿈으로써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국 표본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만 달러를 버는 사람들은 2만5000달러를 버는 사람보다 불과 9%만 삶에 더 만족해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사람이 일상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얻고 만족하는 데 소득은 놀라울 정도로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는 무엇인가. 다섯 가지를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이들 다섯 가지 조언은 그냥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탄탄한 연구 결과물로 결론을 얻어낸 것이다. 행복을 얻기 위한 저자의 지출 습관 혁명법은 명확하다.

첫째, 체험을 구매하라. 가능한 물질적 구매보다는 체험적 구매를 늘릴 때 구매자의 후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런 가설을 직접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기업들도 나온다. 구글은 우수 사원들에게 100만 달러 규모의 포상금을 지불해 왔는데 이러한 금전적 포상이 조직의 균열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포상 대상자들이 평생 잊지 못할 삶의 체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는데 대만족이었다고 한다.

둘째, 특별하게 만들어라. 일상의 반복적인 체험을 가능한 특별한 경험으로 전환하면 같은 지출로도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간단한 사례로 라테를 매일 마시지 말고 특별한 날에 마시는 것으로 전환하면 된다. 평소 좋아하는 일이라도 익숙해지면 즐거움은 반감되고 만다. 특별한 체험으로 전환해야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

셋째, 시간을 구매하라. 무엇을 구매할 때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는 것도 행복감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데, 그 질문은 “이것을 구매하면 내 시간 운영 방식이 개선될까”라는 것이다. 긴장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기분은 행복한 기분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이를 저자는 ‘U-인덱스’(불쾌한 순간이 차지하는 시간 비율)라고 부른다.

넷째,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현대는 ‘먼저 소비하고 나중에 돈을 낸다’는 사고방식을 조장한다. 하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함으로써 소액을 지출하더라도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기다림이 주는 행복감이 제법 쏠쏠하다. 마치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실제 소비가 일어나기 전까지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소득이나 시간의 일정 부분을 타인을 돕는 활동에 들일 때 행복감은 상승한다. 대단히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행복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