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신 먹거리 첫 결단은 ‘에너지사업’

입력 2013-10-14 15:15 수정 2013-10-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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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등 자산매각 종잣돈으로 ESS 사업 진출

지난해 하이마트 매각 등으로 확보된 수천억원의 자금 사용처를 고민하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사진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룹 재도약을 위한 신먹거리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유진그룹에 따르면 유 회장은 유진기업을 통해 지난 1월 유진에너팜을 설립,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분야 진출을 결정했다.

국내 ESS 도입 초기, 정부 주도의 다양한 실증사업 경험을 거친 베테랑급 연구개발진을 중심으로 설립된 유진에너팜은 리튬이차전지를 기반으로 한 ESS 전문기업이다. 전체 관리직원 포함 15명의 직원 중 10여명이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유진에너팜은 가정용 하이브리드타입 4kwh급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며 100kWh급 빌딩과 산업용 ESS 시제품은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전력망, 산업용 메가와트 아워(MWh)급 ESS의 상용화도 목표하고 있다.

특히 유진에너팜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이차전지 셀의 열 제어 기술은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획기적으로 줄여 셀의 안정성과 수명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ESS 수명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유진에너팜은 또 글로벌 시장 교두보 마련을 위해 지난 6월 중국 심양에 현지법인인 ‘심양유진BESS상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최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업체들과도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시장진출을 논의 중이다. 또 올해 말 미국 일리노이 주정부의 ESS 보급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양원돈 유진에너팜 사장은 “최근 전력공급 불안이 현실화 되면서 국내에서도 에너지 관련 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국내 ESS 확산사업 참여는 물론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진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ESS 사업이 결정되기까지 유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스터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올초부터 그는 환경, 에너지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사업 검토를 해왔다. 지난 3월 코웨이 매각 입찰에 참여하며 수처리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그는 과거 하이마트, 로젠택배, 한국통운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유진그룹을 한때 재계서열 30위권까지 진입시킨 당사자기도 하지만 이번 만큼은 M&A보다는 신규 사업을 통한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에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유진그룹은 1년 전 하이마트 주식 매각을 완결 짓고 6556억원을 넘겨받은데 이어 2004년 고려시멘트 인수 당시 확보한 시멘트 공장 두 곳도 모두 정리하며 약 7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중 2007년 하이마트 인수 당시 발생한 차입금 중 일부인 4000억원을 바로 상환했으며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채무관계를 청산하면서 현재는 약 3500억~4000억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 보유액은 절반 가량 줄었지만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은 훨씬 좋아져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더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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