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골퍼 최규일의 기적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10-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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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강연100℃' 방송화면 캡처)

한 시각장애인 골퍼가 전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28세 때 베체트병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긍정적 마인드와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최규일(4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 씨는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KBS 1TV ‘강연100℃’에 출연, 두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는 한때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선에 뛰어든 최 씨는 유난히 좋은 손재주 덕에 직장에서 특급대우를 받았다. 22세 때는 월수입이 500만원이었고, 발군의 영업력까지 더해져 수년 뒤 귀금속 공장을 차렸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보석에 생긴 흠집을 제거하기 위해 열심히 갈아봤지만 흠집은 제거되지 않았다. 아무리 갈고 닦아도 흠집은 그대로였다. 보석에는 흠집이 없었다. 문제는 최 씨의 눈에 있었다.

베체트병. 그때부터 그의 시력은 급속도록 나빠졌다. 온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부러울 것 없던 그는 삶은 암흑천지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지금부터다. 최 씨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무기가 있었다. 긍정의 힘이다.

우선 “장애는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부끄러운 일도 숨길 일도 아니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절망과 부딪혔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장애인학교였다.

최 씨는 그곳에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정상인도 쉽지 않은 경기를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장애인 골프는 서포터(캐디)가 남은 거리를 가르쳐주면 온전히 감각으로 스윙해 핀에 붙여야 한다.

무모한 도전인 만큼 한계에 부딪히는 일도 많았다. 최 씨는 그때마다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 “프로골퍼들도 집중력 향상을 위해 눈을 감고 훈련한다”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나갔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정상인과 실력을 겨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다. 실제로 그는 매일 암흑 속에서 훈련하는 동안 정상인보다 집중력과 감각이 좋아졌다.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국제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그에게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생각을 바꾸니 나쁜 조건도 아니었다. 결국 긍정적 마인드가 없었다면 그는 평범한 시각장애인에 불과했다.

늘 부정적 사고에 젖어 있는 사람,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항상 부족함을 느끼거나 피해의식이 가득한 사람은 탄탄대로도 암흑천지다. 긍정적 사고는 긍정적 결과를 낳지만,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2000년대 초반 짧은 비거리로 인해 ‘국내용’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스폰서도 없이 LPGA투어에 도전한 김미현,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극도의 슬럼프를 겪다 ‘골프여제’로 거듭난 박인비,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잃고 사글세방 기적을 이뤄낸 신지애도 긍정적 마인드와 불굴의 의지가 뒷받침됐다. 암흑 속의 굿샷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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