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좋은 팀.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플레이오프를 잘 준비하겠다.”
LG 트윈스의 김기태 감독은 ‘한지붕 두가족’ 두산 베어스가 플레이오프 파트너로 결정되자 이같이 말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두산은 좋은 팀이다. 14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말 투 아웃 이후 동점 3점 홈런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연장 13회 대타 최준석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살아났고 결국 8-5 승리를 거뒀다. ‘뚝심 두산’의 저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믿을 수 없는 승부 끝에 플레이오프에 합류한 두산이지만 단 하루의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두산 김진욱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LG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힘든 경기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두산은 넥센에 2연패를 당한 뒤 극적인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2010년 롯데를 상대로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3년 만에 이를 재현한 것.
하지만 에이스로 떠오른 유희관과 더스틴 니퍼트 등이 5차전에 총출동해 플레이오프 초반 투수력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전력만으로 포스트시즌에서의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다. 4차전 투런 홈런의 주인공 최재훈 같은 깜짝스타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차전 결승 홈런의 주인공 최준석처럼 대타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두산은 넥센과의 5차전 대혈투 속에서도 선발요원 노경은만은 남겼다. 그가 길게 던지면서 승리를 챙긴다면 두산은 LG와 체력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양팀의 정규시즌 맞대결 성적은 8승 8패. 호각세였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LG는 두산을 상대로 5-2 역전승을 거두며 2위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당시 패배로 4위로 마감해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만약 두산이 이겼다면 두산과 LG의 운명은 반대가 됐을 것이다.
두산에는 LG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이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에 대한 한풀이 무대다. 반면 LG는 지난 2000년 당한 마지막 ‘잠실 더비’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기회다. 당시 LG는 두산에 2승 4패로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그 이후로는 두산과 포스트 시즌에서 만난 적이 없다.
외형적 조건상 편안하게 두산을 기다린 LG가 총력전을 치르며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에 오른 두산보다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LG가 체력 회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두산을 상대로 초반 기선을 제압한다면 한국시리즈행은 가까워진다.
반대로 두산은 첫 경기를 넘겨주면 어려워진다. LG가 1차전을 가져간다면 의외로 플레이오프는 쉽게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두산이 가져간다면 준플레이오프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결국 1차전 결과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