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면 너도 나도… 예능계도 ‘미투’ 열풍

입력 2013-10-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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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할배’·MBC ‘아빠! 어디가?’ 인기에 모방 프로그램 우후죽순… 다양성 저해 우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N ‘꽃보다 할배’,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미투(Me Too)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해 기존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미투 상품은 어느덧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이런 미투 바람이 예능계에도 불고 있다. 과거 해외 인기 포맷을 교묘하게 표절하던 예능계는 이제 국내 인기 포맷을 따라잡는 데 바쁘다.

KBS는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이하 마마도)로 누구보다 재빨리 흥행 상품 따라잡기에 나섰다. ‘마마도’는 평균 연령 68세의 여배우들이 자신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곧바로 할배들의 배낭여행이란 색다른 콘셉트로 대박을 친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가 떠오른다.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여배우를 내세웠다는 점도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H4를 떠오르게 한다.

이를 의식한 듯 KBS는 지난 8월 전파를 탄 파일럿 방송에서 직접 ‘꽃보다 할배’를 언급했다. 출연진은 “왜 미리들 그럴 것(따라할 것)이라 생각하느냐”라고 유사성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수미는 “어머니, 할머니 입장에서 감동적으로 가자”라며 ‘마마도’만의 차별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의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파일럿 방영 당시 10.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마마도’의 높은 시청률은 정규 편성되자마자 5.8%로 반토막났다.

시들어가던 MBC‘일밤’을 구원한 ‘아빠! 어디가?’는 많은 방송사에 영감을 줬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통해 점점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 ‘성장 예능’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SBS는 ‘신가족 리얼 성장 예능’이란 타이틀을 걸고 ‘오! 마이 베이비’를 준비 중이다. 조부모와 손자들을 내세운 ‘오! 마이 베이비’는 육아 왕초보 할아버지와 육아 베테랑인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물론 경험에서 우러나온 육아팁을 공유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황혼 육아시대에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관계를 진솔하고 꾸밈없이 보여주면서 다시금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KBS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BS와 마찬가지로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아내가 없는 시간 연예인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도전기를 그리며 ‘아빠! 어디가?’와 다른 길을 가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빠! 어디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면,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오냐 오냐’는 좀 더 직접적이다. 아빠와 아이들이 떠나는 여행이 조부모와 손자들이 떠나는 여행으로 바뀌었을 뿐 시골 마을을 찾아 1박 2일을 머문다는 포맷은 동일하다. 사미자 이정섭 전무송 김창숙이 출연을 확정했다.

유행을 따라가거나 인기 프로그램 포맷을 베끼는 예능계의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에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에 넘쳐났고,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따라하기 원인은 방송사가 시간과 노력, 인원, 연구비 등을 투자해 독창적인 포맷을 개발하기보다는 돈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손쉽게 인기 프로그램을 모방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방송사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이것이 예능의 다양성을 죽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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