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통신 재벌이자 세계 2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이 또 한 번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스 슬림 아메리카모빌 회장은 네덜란드 통신회사 로열KPN인수가 무산되자 보유 현금을 오스트리아 통신회사 ‘텔레콤오스트리아’‘텔레콤이탈리아SpA’의 브라질 사업부에 투자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아메리카모빌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유럽시장과 브라질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아메리카모빌은 지난 4개 분기 동안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기업 99%보다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지난 8개 분기에 각각 28억3000만 달러 규모의 현금흐름을 확보했다. 통신은 아메리카모빌의 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1년 미만의 영업활동을 통해서도 KPN에 제시한 인수가인 99억 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주 슬림 회장은 KPN측이 인수가 상향 조정을 요구하자 인수를 전격 철회했다.
KPN 인수는 무산됐지만 라틴아메리카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 ‘마르지 않는’ 유동성을 확보한 아메리카모빌은 KPN 인수에 대한 대안으로 유럽의 통신회사 텔레콤오스트리아와 텔레포니카의 체코사업부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억6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라틴아메리카 최대 통신업체 아메리카모빌은 홈그라운드에서 추가적인 성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KPN과 텔레콤오스트리아의 지분을 사들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유럽 통신시장이 경제 성장 부진과 함께 경쟁 심화와 엄격한 규제로 저평가되고 있어 지분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도 슬림 회장의 유럽 진출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네덜란드 KPN의 주가는 지난 4년간 70% 넘게 빠졌으며 같은 기간 텔레콤오스트리아도 48%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부채 상환으로 고전 중인 텔레콤이탈리아가 브라질통신업체 ‘팀파르티시파소이스’의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텔레콤이탈리아는 팀파르티시파소이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릭 마틸라 미스비씨UFJ증권 전략책임자는 “아메리카모빌은 미주 지역을 벗어나 사업 지역을 다각화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동시에 통신산업이 유럽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메리카모빌은 텔레콤이탈리아가 브라질 통신회사에 대한 결정에 상관없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아메리카모빌 측은 답변을 거부한 상태다.
슬림은 699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 이어 세계 2대 갑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