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ㆍ영화ㆍ음악상 왜 쓰레기가 될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0-24 10:23 수정 2013-10-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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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상이란 어떤 상이건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져야지, 공정하지 않으면 상을 받는 사람에게도 모욕이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

‘34.3㎝ 높이의 황금빛 남성 나상(裸像)인 아카데미 오스카상 트로피는 제작비가 350달러에 불과하지만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수상자의 명성과 실력은 인증되고 수상 영화의 관객은 20%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가는 3~4배 뛴다.’

드라마·영화·음악 등 대중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시상식이 속속 개최되고 있다. 수많은 시상식의 수상자들을 보면서 떠오른, 대비되는 두 개의 풍경이다. 전자는 작가 김수현이 한 방송사 연기대상 수상자를 보며 쏟아낸 비판이고, 후자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공정하게 수상자가 선정될 때 발휘되는 상의 권위와 순기능을 분석한 학술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다른 분야의 상도 그렇겠지만 대중문화상은 큰 의미를 담보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상품과 연예인, 스타에 대한 품질·명성, 실력, 가치를 공적으로 인증(reputation)해 주는 기능을 한다. 대중문화상은 또한 대중문화가 상업성으로만 치닫는 문제와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문화작품의 완성도와 문화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중성과 인기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연예계에서 연기력과 가창력이라는 연기자와 가수의 본원적 실력·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만들어 연예계와 대중문화계 그리고 대중문화의 질적 도약을 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상 수상은 홍보 효과에서부터 시청자·관객 동원, 문화상품 소비 증가, 명성과 경쟁력 확보까지 다양한 효과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분야의 상 역시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 대중문화상은 이 같은 중요한 역할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다른 분야의 상도 그 존재 의미와 영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상의 역할과 의미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사항이 있다. 바로 상의 권위와 수상자의 공정한 선정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김수현 작가의 지적처럼 상은 ‘수상자에 대한 모독’이자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사의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 대중문화상을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언론, 과학 등 각 분야에서 열리는 수많은 시상식이 쓰레기 배급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상의 권위가 추락하고 시상 자체가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상의 홍수로 인해 상의 희소성은 사라지고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한 상의 취지와 실력에 부합한 수상자가 아닌 주최측과의 이해관계에 따르는 수상자 선정 등 공정하지 못한 수상자 선정 역시 상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상의 존재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시청자와 대중의 관심이 높은 KBS, MBC, SBS 등 방송3사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살펴보자. 상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부적격한 수상자 선정, 공동 수상자 남발과 나눠 먹기식 수상, 실력보다는 인기나 방송사 공헌도를 고려한 수상자 선정기준, 시상을 젊은 신세대 스타들의 방송 출연을 위한 보험용 수단으로 활용, 선심성 시상 부문 신설 등으로 상의 권위와 공정성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비단 방송사 연기·연예대상뿐이겠는가. 다양한 분야의 적지 않은 시상식이 공정하지 못한 수상자 선정으로 쓰레기 시상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과 국민들은 수상자에게 진정한 인정과 박수를 보내는 대신 불공정한 수상자들이 들어올리는 트로피에서 진동하는 쓰레기 악취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무력화시킨 일부 심사위원이나 수상자, 주최자들은 쓰레기 같은 상의 악취를 맡지 못하고 있다. 문화인, 정치인, 기업인 등 수많은 부적격 수상자가 쓰레기 같은 상을 받고도 수상의 영광(?)을 드러내려 하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다. 참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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