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가 듣는 역사 수업의 미국인 교수가 사용하는 교재에 ‘일본이 4∼6세기에 걸쳐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교환학생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이현(20)씨는 지난 11일 서강대 페이스북에 “임나일본부설에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문제의 수업은 아시아의 역사를 가르치는 ‘Asia in the World(세계 속 아시아)’. 미국인 교수가 가르치는 이 강의 수강생은 200여명. 한국인 학생도 일부 있었지만 이 수업에서 불만이나 항의를 표하는 학생은 없었다.
이씨는 수업 중 왜곡된 역사를 검증 없이 가르치는 걸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른 유학생 친구와 함께 교수를 찾아가 수업시간에 내용을 바로잡게 할 결심을 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오래지 않아 4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참고 자료로 삼을 만한 영문 서적을 추천하는 글 등이 이어졌다. 유료 논문 열람이 필요하다면 결제를 대신해 주겠다는 학생도 나타나는 등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학생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댓글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이씨는 같은 보스턴칼리지에서 국제인권학을 공부하는 친구 기민형(21·여)씨와 함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회 회의에서 양국 역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는 단서를 얻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이를 실증하는 학술자료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어릴 적 일본에서 산 기씨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라고 알려진 ‘일본사기’와 이 책의 오류를 서술한 일본 학계의 논문을 찾아 번역했다.
특히 두 사람은 해당 수업의 수강생이 아니었지만 약 15편의 논문자료를 들고 담당 교수를 찾아갔다. 담당교수는 자초지종을 듣고 자료를 꼼꼼히 살핀 후 “미국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 실수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또한 담당교수는 학교 포털사이트에 오류를 바로잡는 글을 올리고 향후 기존 수업계획에서 한 주를 따로 떼어내 한국의 역사에 대해 수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와 기씨는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음달 26일 해당 강의시간에 한국의 역사에 관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