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소장은 “기업은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 체질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참고 견디는 수동적 대응만으로 현재의 저성장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 모멘텀 확보와 위기 대비라는 두 개의 난제를 동시에 돌파하는 기업의 실행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삼성은 최근 시장에 두가지 신호를 보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세계 10위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이 2010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통해 10년 뒤 ‘삼성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하나는 유리기판의 강자인 코닝의 대주주로 올라서며 이전 합작관계 때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에버랜드로 옮긴 조치도 삼성이 기업 효율화를 위해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 SK, LG 등 다른 그룹들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내년 경영 계획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물론 작년과 올해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센 경제민주화 요구로 인한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데 힘을 쏟느라 미래 준비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그룹의 총수 부재 상황은 이를 더 심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내년에도 경영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분 1초가 아까운 실정이다.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건설, 조선 등 국내 주력기업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조치로 주요 그룹들은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R&D의 거점이 될 R&D센터의 개소와 건설이다. 올 초 30대 그룹은 설비투자에 91조1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에 29조4000억원 등 총 148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에 올해 총 투자규모를 연초 대비 5조9000억원 늘린 총 154조7000억원을 집행하며. 특히 R&D 투자규모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숙원사업이었던 R5 연구소를 오픈했다. R5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1위 신화를 가능케 한 휴대폰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모바일 전용 연구소로, R&D 인력 1만여명이 상주한다. 삼성 수원 디지털시티는 지난 1980년 문을 연 TV연구소 R1을 시작으로 이번 R5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군에 걸친 첨단 R&D 기반의 위용을 뽐내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10월 16일 경기도 용인 마북 기술연구소에서 친환경자동차 핵심부품과 지능형자동차용 전자장치 제품의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전장연구동 준공식을 열었다. 600여억원의 투자와 1년 5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이 전장연구동에는 첨단지능형·친환경 자동차 핵심부품 기술 등을 시험·개발할 수 있는 21개의 첨단 전용시험실이 들어섰다.
LG그룹은 올해 전체 투자액 20조원 가운데 6조원을 R&D 비용으로 책정할 만큼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오는 2017년 마곡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LG 사이언스 파크’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새로운 투자나 신기술 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활로를 찾아나섰다. 글로벌경기와 국내 경기가 서서히 풀려감에 따라 향후 먹거리를 준비하는 국내 산업계의 신성장동력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