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오바마의 사이버 도발

입력 2013-10-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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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보스턴마라톤대회장이 순식간에 유혈이 낭자한 아수라장이 됐다. 결승선 부근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폭발 사고로 사람들은 흩어지고 260여명이 부상,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참사의 주범은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가정 출신의 형제로 이들은 직접 만든 압력솥 폭탄을 범행에 사용했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전 세계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조지 부시 시절의 대테러 전쟁과 결별하고 전쟁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바마 역시 선거 유세에서 미군의 이라크 철수, 핵 없는 세계 실현, 이란·북한과의 대화 등 부드러운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율을 높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이후 부시 정권 시절에 시작된 정책들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더욱 발전시켰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정권 때 시작된 비밀공작 프로그램을 확대해 전투력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월 파키스탄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미국중앙정보국(CIA)에 의한 무인기 공격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무인기를 통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 숨어있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2인자를 사살했다며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보스턴마라톤대회 폭탄테러와 알 카에다 2인자 사살, 이 두 가지 사건에서 오바마 정권의 모순이 드러난다. 현재 오바마 정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지난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하는 등 각국 지도자 35명을 감시해왔다는 의혹에 휘말려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테러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정보 수집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차별 정보수집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 폭탄테러는 물론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국 내 반사회주의자들이 일으킨 무차별 총기 난사도 막지 못하면서 국제 테러를 무슨 수로 막겠냐는 것. 미국의 도청은 도발에 불과하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미국은 유타 주(州) 솔트레이크시티 근교에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건설 비용은 적어도 12억달러(약 1조2700억원)에 달하며, 이곳에 설치되는 컴퓨터는 5조GB의 스토리지 용량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플랜X’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민간기업, 대학, 게임회사까지 동원돼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오바마 정부의 행보는 엄밀히 따지면 사이버상에서의 도발이다. 판타지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전쟁을 오바마 정부가 앞장서서 일으키고 있는 격이다. 2011년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과잉 방어를 넘어 공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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