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빚 갚아주는 나라'…올해만 60여만명 구제

입력 2013-10-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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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취약 계층 자활 공약에 따라 올해에만 건국 이래 최대인 60만명 이상이 채무 조정 등으로 구제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채무 탕감 발표로 '개인 빚까지 나라가 갚아준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개인회생 신청만 역대 최대인 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모럴해저드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각종 기관을 동원해 60만2천여명의 개인 채무를 줄여줬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서민 채무 조정이 62만~63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은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10월 말까지 18만9천명이 혜택을 보게 됐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 연대 보증 채무자 구제 등 전반적인 서민 재활책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에 시작된 행복기금은 개별 신청 마감인 이달 말까지 21만명이 신청해 18만9천명이 수혜 대상으로 확정됐다.

행복기금의 또 다른 형태인 저금리 대환 대출 '바꿔드림론'은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올해만 5만2천340명이 혜택을 봤다.

'서민금융 3종 세트'인 미소금융(2만2천500명), 햇살론(17만1천명), 새희망홀씨(13만9천명)의 저리 대출을 통한 채무 조정도 30만명을 훌쩍 넘는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도 대상이 확대되면서 수혜자가 이달 말까지 7천200명에 달했다.

하우스푸어(내집빈공층) 지원을 위한 은행권 자체 프리워크아웃과 경매유예제도 활성화로 하우스푸어 2만여 가구가 지원을 받았다.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 채무 조정도 올해 처음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1천125명의 연체 정보 등 불이익 정보를 삭제했고 140명은 개별 채무 조정을 해줬다.

행복기금의 경우 10월 31일자로 개별 신청이 끝나지만 일괄 매입을 통한 채무 조정이 계속 이뤄져 연말까지 수혜자가 최대 2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행복기금법을 따로 제정하지 않고 내년에 미소금융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합해 만드는 서민금융 총괄기구에 흡수해 운영할 예정이다.

고금리 학자금 연체 대학생을 위해서는 한국장학재단법이 개정되는 대로 채권 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와 더불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 조정 프로그램, 외환위기 연대 보증 채무 보증도 연말까지 1만~2만명 정도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복기금은 채무 일괄 매입을 통해 향후 5년간 계속 채무 조정을 지원한다"면서 "나머지 서민 금융도 계속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향후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국민에게 좋지 않은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 연체 서민을 대상으로 채무를 최대 70%까지 탕감해주는 정책이 계속 나오다 보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서민들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대표 사례가 개인회생 신청 증가다.

지난 1∼7월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6만1천446명으로 지난해 동기(5만2천843명)보다 8천603명(16.3%) 늘었다.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0년 연간 4만6천972명 이후 경제성장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의 영향으로 2011년 6만5천171명, 2012년 9만378명 등 2년 연속 증가했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10만명을 넘어 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행복기금으로 은행들이 얻는 수익이 5년간 9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복기금이 만능이 아니며 아직 도덕적 해이라고 볼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낮춰 자활 의지를 북돋우고 이를 통해 구직까지 연결해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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