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자기 소개하기의 추억- 구성은 달팽이 COOP 대표

입력 2013-10-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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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기소개의 중심이 성적이었죠. 주변 어른들이 물어보는 관심사는 이름 다음에 “반에서 몇 등하니?”가 레퍼토리였으니까요. 잘 모르는 분이면 그냥 상위권 정도로 둘러대는 경우도 많았죠.

가끔 학교캠프나 성당에 가면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게임을 통한 자기소개도 있었네요.

대학교로 넘어가면서부터 자기소개는 약간 긴장됩니다.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어김없이 하던 자기소개. 자신을 소개할 시간이 다가오면 조금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뭐라고 할까. 웃길까. 아님 진지하게 말할까. 그것도 아니면 대충 나이하고 이름만 댈까.’ 초반부터 자신을 어필하려면 조금 튀는 행동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때부터 선배들은 후배들의 성격을 규정 짓기 시작합니다. 본인도 자신을 소개한 것에 맞춰 약간의 ‘오버스런’ 학교생활을 시작하곤 하죠. 권여선의 말처럼 ‘조금은 작위적이고 폭력적인 괴로운 시간’의 신입생 자기소개가 자신의 성격을 개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시절이 지나면 자기소개는 밥벌이를 위한 첫 관문입니다. 직업을 찾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면접을 위한 자기소개도 준비합니다. 자신에 대한 약간의 과장은 밥벌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취업이 힘들어지면 약간의 과장은 보다 적극적인 과장으로 강도를 높입니다.

자기소개 ‘오버’의 백미는 연애로 넘어갑니다. 처음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섣부른 연애 초보자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는 충고가 귓가에 맴돕니다. 어떻게든 다음 만날 약속을 받기 위해 약간의 과장, 또는 내숭의 한계를 넘는 매너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연애를 위한 자기소개는 치장을 위한 가장 과장된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제부터 계속된 자기소개와의 싸움입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주변인들에게 취직할 때보다 더욱 강도 높은 자기 과시를 섞은 소개를 합니다.

대학시절 풋풋했던 자기소개에서부터 직장을 얻기 위한, 연애를 위한, 사회생활을 위한, 친구 사귀기를 위한 자기소개는 조금씩 사회가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소개가 됩니다.

자기소개하기, 잠시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죠?

계속되는 자기소개의 포장은 본인 스스로도 정말 그런 인물로 착각하게 만들진 않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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