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국가대표 상비군이 목표입니다. 미국에 진출하면 박지은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2005년 봄, 당시 세화여중 3학년이던 어린 최운정의 다짐이다.
8년이 지난 지금 최운정(23·볼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프로골퍼가 됐다. 에비앙 챔피언십 6위, 웨그먼스 챔피언십 5위, 모빌베이 클래식 4위가 올해 성적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아쉽게 우승이 없다. 매년 목표를 하나둘씩 이뤄가고 있다는 데 만족할 뿐이다. 2009년 LPGA투어에 데뷔, 벌써 프로 5년차다.
올해 25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 ‘톱10’ 진입, 톱텐피니시율 20위(24%)에 올라 있고, 상금순위는 21위(59만6661달러)를 마크하고 있다. 평균타수 15위(70.784), 세계랭킹도 22위다. 여기에 우승 한 번만 더해지면 대부분 랭킹에서 10위 이내 진입은 무난해진다.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최종 라운드 부담감이다. 우승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종 라운드 심적 부담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계속되는 실패는 최운정의 투지도 꺾었다. 수차례 좌절을 겪으며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하다.
최운정은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라고 말한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치면서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옳은 선택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마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은 아버지 최지연(54)씨였다. 최운정은 “아버지는 캐디이자 나의 운전기사다. 1년 동안 아버지의 차로 장거리를 이동하며 투어 무대를 전전했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운정은 “가장 힘들 때 아버지의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됐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생활을 했다. 그 때문인지 딴생각 없이 더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우승뿐이다. “작년에는 상금순위 20위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순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매년 연습량을 늘리며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고 있지만 우승 문턱 좌절은 너무나 아픈 기억이다. 아직 대회가 남아 있는 만큼 끝까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다. 첫 우승 후엔 눈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