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서울대병원 파업과 공공의료

입력 2013-10-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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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내음 물씬 풍기며 한층 고즈넉해야 할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이 시끄럽다. 병원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이다. 노조는 선택진료제 폐지와 임금 총액 13.7%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등을 요구하면서 줄곧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자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다행히 의사들이 파업한 것이 아니라서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미 파업 후유증은 나타나고 있다. 병원기능이 일부 마비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됐다.

1회용 식기에 담긴 차가운 밥과 국을 받아든 환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양급식 직원 145명 중 4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서울대병원 전체로 보면 1400여명의 노조원 가운데 4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환자 식사는 물론, 진료예약 콜센터, 응급환자 이송 등 병원 전반에 걸쳐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

병원 측과 노조 측은 파업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타결까지는 아직 난망하다. 지난 29일 저녁 조속한 파업종료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에서 의견 일치를 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휩싸이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돈’ 문제 때문이다. 노조는 생존권을 위해 병원이 좀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고, 병원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쓸 돈이 없다는 것이 갈등의 요체다.

사실 병원이 돈으로 환자를 가른지는 오래됐다.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일단 살려놓고 보겠지라는 요행을 바라기엔 병원들의 탐욕은 제어불능 상태다. 수익창출이 당면 과제가 된 병원, 그 전위부대인 의사와 이런 병원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돈 문제는 현실이다.

이런 서울대병원의 치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년간 행려병자 치료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돈 되는 환자만 골라 받은 셈이다. 선택진료수당은 펑펑 지급했다. 한 의사는 지난해 선택진료수당으로만 1억8000만원이나 받았다.

공공의료서비스 부문의 대명사와도 같은 서울대병원이 의료 공공성을 도외시한 결과라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병상 기준 공공의료 비율은 그 격차가 현저하다. 공공의료의 선진국이랄 수 있는 영국과는 비교조차 어렵고, 비슷한 의료체계의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열악하다.

미국의 로버트 S. 멘델존 박사는 “의사가 의료행위의 90%를 중지하고 구급의료에만 힘쓰면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틀림없이 개선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지난 197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의사파업 당시 사망률이 낮아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고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서울대병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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