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해야 아이돌 되나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0-31 12:34 수정 2013-10-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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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 240명 중 성관계 요구(6.5%), 성폭행·강간(3.9%) 등을 당한 사람이 10%에 달한다.’(국가인권위원회 ‘여성 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대법원은 2010년 1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소속 연습생을 성폭행한 A엔터테인먼트 장모(53)씨에 대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3년 6월 21일 기사) “소속사 관계자가 성상납을 요구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슈퍼디바 2012’ 참가자 이모씨)

끝이 없다. 이제 연예인 지망생 하면 조건반사 식으로 떠올리는 단어가 ‘금품갈취’ ‘성추행’ ‘성폭행’ ‘사기’ ‘스폰서’ ‘성형강권’ ‘술자리 강요’ 등이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되려면 성상납을 해야 하나요”라는 한 10대 연예인 지망생의 질문조차 더 이상 충격이 아니다.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의 이면에는 ‘엠넷 슈퍼스타K 참가 신청자 200만명 돌파’,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 ‘225개 대학의 연극영화 관련 학과 재학생 3만명’, ‘수도권 지역 230여개 연기학원 수강생 4만3000명’, ‘JYP 연습생 선발 오디션 경쟁률 5000대 1’, ‘2013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신입생 수시모집 평균 경쟁률 6.1대 1, 실용음악과 평균 경쟁률 444.2대 1’ 등으로 대변되는 연예인 지망 광풍이 도사린다.

오죽했으면 “옛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꿨죠. 그런데 언제부터 아이들이 같은 꿈만 꾸게 된 걸까요?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과학자가 더 많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광고까지 등장했을까. 그렇다면 무엇이 연예인 지망 광풍을 몰고 온 것일까. 방송사를 비롯한 대중매체, 연기 및 실용음악학원, 대학교 등 교육기관,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연예산업의 이윤 추구의 탐욕이다.

대중매체는 화려한 스타의 일면만을 확대 재생산해 연예인 특성과 연예계의 현실, 대중문화 시장의 수요 규모 등에 대해 눈감게 만든다. 방송사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소년의 연예인 되기 꿈을 시청률로 연결해 광고수입만을 창출하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상당수 연기·음악학원이나 대학교 역시 학생의 적성과 재능이 아닌 학원비와 등록금 장사만을 위해 연예인 되기의 사이비 욕망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포시키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일부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연예산업 역시 연예인이 되려는 청소년의 건강한 삶과 미래보다는 이들의 간절한 연예인의 꿈을 악용해 이윤추구에만 몰두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잘못된 환상으로 연예계에 ‘묻지 마’ 돌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연예인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연예계에 진입이나 하는 것일까. 2012년 지난 한 해 아이돌 그룹 50여개 팀이 데뷔를 했다. 한 팀에 5명씩 치면 한 해 아이돌로 데뷔한 숫자는 250명이다. 그러니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중 0.0002%만 데뷔한 셈이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고 말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화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355곳의 연습생 중 53.1%가 데뷔도 못하고 도중에 탈락했다.

데뷔했다고 모두가 화려한 스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데뷔 무대가 은퇴 무대인 아이돌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2009년 3월 7일 술접대, 성상납 강요, 폭행 등 한국 연예계의 병폐를 적시한 충격적 문건과 함께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절규를 남기며 목숨을 끊은 신인 연기자 장자연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들의 극단적 선택의 행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연예인 지망 여고생 김모(18)양은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고 무명 신인 정아율(25)씨는 지난해 6월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기분. 열아홉 이후로 쭉 혼자 책임지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 방에서 세상의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가 밀려온다”며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도 TV 화면 속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여러분의 꿈과 끼,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세요”라며 연예인 되기 꿈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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